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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과 플라스틱
[1438호] 2019년 08월 08일 (목) 홍근옥 (회인해바라기작은도서관) webmaster@boeuni.com

어쩌다가 다00 매장에 들를 일이 생겼다. 물론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의 일이다. 대형 마트에도 자주 가지 않는 나로서는 아주 드문 일이었는데  그런 내 눈에 몇 가지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들어왔다.
 첫 번째 의문점은 값싼 물건을 파는 이 매장이 제법 좋은 위치에 큼직한 새 건물을, 그것도 통째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유지할 만큼 돈이 되는 걸까 은근히 걱정부터 됐다.
입구를 들어서자 온갖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물건들이 나를 유혹한다. 문방구며 생활소품이며 주방용품들까지, 모두 작고 편리하고 신기한 것들이 넘쳐난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싼 가격, 대부분이 천 원짜리 한두 장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너무 촌사람 티를 내나 싶어 무심한 척 지나는데 더 놀라운 게 눈에 띈다. 동그랗고 화려한 도자기 주전자에 달랑 몇 천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혹시 0을 하나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남편과 다시 세어보니 정말 그 가격이다. 이쯤에서 슬며시 의문점이 올라온다. 아니, 도대체 누가 뭘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싸지? 그리고 물건들이 이렇게 싸도 되는 건가? 좋은 물건 싸게 판다는데 웬 시비냐고 말하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왠지 께름칙한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싼 값에는 뭔가 이유가 있거나 숨겨진 가격표가 붙었다는 뜻일 터이다. 값이 싼 이유야 내가 알 수 없지만 숨겨진 가격표에 대해서는 뭔가 짚이는 게 있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 인터넷을 뒤져보니 플라스틱이 발명된 것이 19세기 중반, 대략 150년 전이라고 한다. 인류와 그리 오랜 세월을 같이 해온 녀석은 아니라는 말이다. 가볍고 단단하고 썩지 않고 원하는 모양으로 척척, 그리고 무엇 보다고 값싸게 만들 수 있었으니 그 당시에 플라스틱은 그야말로 기적의 물질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생수병부터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자동차에 첨단 우주선까지, 이것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널리 쓰이는 게 플라스틱이다. 현대문명을 플라스틱 문명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값싸고 편리한 이 플라스틱에 숨겨진 가격표가 붙어 있음을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수많은 일회용품들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거기에 일회용품은 아니지만 워낙 값이 싸다보니 몇 번 쓰고 휙 버리는 수회용품(?)도 또한 대부분이 이 녀석이다. 실제로 집안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다보면 대부분이 플라스틱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녀석의 처리가 쉽지 않다는 것. 분리수거로 재활용한다지만 그 비율은 한자리에 머물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들로 하천으로 떠돌게 된다. 심지어 태평양 한 가운데 쓰레기 섬이 생기고 심해 속 까지 이 녀석들이 쌓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당장 나한테 피해만 없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얼마 전부터 요상한 말이 들린다. 바로 미세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잘게 분해되어 바닷물 속에 포함되어 있다가 온갖 해산물들은 물론이고 소금까지 침투되어 있고 이걸 사람이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는 거다. 이쯤 되고 보면 싸고 편리한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아니더라도 몇 번 쓰고 버릴 싸구려 공산품들이 결코 싼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의 나와 가족, 인류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라는 엄청난 가격표가 함께 붙어 있었다는 말이다.
 일본의 경제도발로 시작된 불매운동을 접하면서 은근히 욕심 하나를 더 얹고 싶다. 일본산뿐 아니라 플라스틱에 대한 불매운동도 불붙으면 어떨까? 아니 불매가 어려우면 절매 운동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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