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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치 혀로 자신과 나라를 망칠 수 있다
[1437호] 2019년 07월 25일 (목) 김홍춘 webmaster@boeuni.com

어릴 적 할아버지와 겸상한 식사 자리에서 떨어진 음식을 주어먹는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더러워요 하니, 아가 진짜 더러운 것이 무엇인지 아니? 몰라요. 이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 똥구멍으로 나오는데 더럽지? 예. 그러나 가장 더러운 것은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란다. 그 말들이 사람을 죽고 살게 만든단다. 너는 아직 어려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 게다. 외출할 때만 쓰시던 갓을 아주 신주 모시듯 할아버지 모습에서 자신도 노인이 되니 아마도 동학에 영향을 받아 몹시 고생하신 듯하다.
맞다. 열자(列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원정목이라는 사람이 어느 곳을 지나다 굶주림에 지쳐 길가에 쓰러졌다. 그곳이 마침 호보라는 도적들의 소굴이었다. 그 호보에 사는 구(丘)라는 도적이 그를 발견하고 죽을 담아와 그에게 먹이니 원정목은 깨어나 말문을 열었다. 선생은 무엇 하는 분입니까? 저는 이곳 호보에 사는 구라는 사람입니다. 원정목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호보에 사신다면 당신은 도적이 아닙니까? 어째서 내게 음식을 먹여 주는 것입니까? 나같이 의로운 사람이 어찌 당신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땅에 손을 짚은 채 먹은 것을 토해내려 애를 썼으나 음식은 나오지 않은 채 엎어진 채로 죽고 말았다. 호보의 사람은 도적이었지만 그의 음식은 도적이 아니었다. 원목은 솔직하게 말한 도적의 세치 혀에 죽음을 자초했다. 명분도 아닌 교만 때문이었다.
삼국 중 가장 약한 신라는 김춘추의 혀와 김유신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고구려와 왜를 드나들며 펼친 외교는 실패하였지만 마침내 세치 혀로 극과 극같은 외교로 당나라를 끌어들여 미완의 통일을 이루었다. 세치 혀로 약소국의 한을 풀은 셈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촌부에게도 걱정스럽게 한다. 각종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지만 나라를 책임진 정부나 위정자들의 말들이 가슴에 닿지 않는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안보실 차장이 싸움 좀 말려달라고 미국에 갔다 귀국길에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을 한 것처럼 이 상황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제의 권력 앞에 무능했던 정부는 이미 기울어진 나라지만 그들의 자본적 횡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 했던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에서 서상돈 등이 주축이 되어 전국으로 확장됐다. 남녀구분 없이 지금의 시민단체같이 언론과 함께 한 운동이었지만 차관 1300만원을 갚는 데는 실패했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금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국민에게 이러한 설득력이 먹혀들까?
힘센 민정수석은 죽창가까지 말한다. 동학운동은 민초들을 막판으로 몰아낸 기울어진 정부에 대한 반발이었다. 또한 막후에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세치 혀는 자신에 대한 성찰부터 더 나아가 국가는 민초들이 놀라고 걱정하지 않도록 항상 세치 혀를 조심하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21세기는 글로벌시대라 한다. 다양한 것들이 여러 방법으로 세계가 흔들린다고 한다. 그것들의 시발점은 거의 말들이다. 율곡(栗谷) 집에 있다. 사람의 과실은(인지과실 人之過失) 많은 말에 있으니(다유언어 多有言語), 말은 꼭 신뢰와 충심으로 하며(언필충신 言必忠信) 그 분위기와 현실성 있는 말만하라(발필이시 發必以時)라고 했다. 집을 나선다. 어눌하며 두세 번 생각하며 혀를 놀려야 겠다(눌언지행 訥言之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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