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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434호] 2019년 07월 04일 (목) 홍근옥 (회인해바라기작은도서관) webmaster@boeuni.com

회인에 해바라기 작은 도서관을 열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 도서관의 주요 고객인 초등학생들 대부분이 다문화 가정, 그중에서도 베트남 엄마를 둔 아이들이라는 거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베트남 댁들이 가끔 보이는 정도지만,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중심으로 본다면 절대다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베트남 엄마를 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베트남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는 한 걸까?
 베트남, 내 기억 속에 베트남은 월남이었다.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 어쩌구 하는 군가소리, 그리고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를 외치는 유행가 가사가 먼저 귓가에 맴돈다. 이와 함께 내 기억에서 소환되는 것들은 베트콩, 백마부대, 월남패망 등 주로 월남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실제로 월남전 이전,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별로 관련이 없는 그야말로 머나먼 이역만리, 낯선 남쪽나라였다. 중국을 중심으로 보자면 우리는 동이, 월남은 남만으로 서로 비슷한 오랑캐로 치부되었지만 막상 우리끼리는 교류의 기회가 적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가깝고 안전한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고, 많은 결혼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베트남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왔지만 이에는 사실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싼 나라, 못사는 나라라는 가치관이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베트남은 그리 쉽게 볼 나라가 아니다.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평균연령이 30세 정도로 젊은이가 많은 나라이다. 역사적으로는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강국들과 전쟁을 치러내면서도 결국은 독립을 얻어냈고 특히 전쟁에서 미국을 이긴 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다. 우리나라와는 유교와 불교 문화권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여러 가지로 유사점이 많고 특히 거리가 가깝고 인건비가 싼데다가 사람들이 부지런하여 최근 중국을 대신하는 투자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3대 수출국이 바로 베트남이며 베트남의 두 번째 수입국이 바로 한국이다. 거기다가 한류 열풍에 최근 축구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중 76%가 한국을 좋아한다고 하니 베트남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웃이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실들을 모르거나 잊고 있는 듯싶다. 해바라기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을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아이들 대부분이 베트남어를 배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망정 베트남어를 가르치지 않는다. 어른들이 심어준 가치관임에 틀림없지만 어쩌면 아이들에게 베트남은 필요 없는, 혹은 잊고 싶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자신들만의 엄청난 장점과 가능성을 모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꿈꾸어 본다. 보은에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를 가르치고 체험하는 공간과 시스템이 생기기를. 그곳에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말과 음식과 문화를 배우고 함께 베트남을 여행하고 그곳 사람들을 사귀고, 결국 아이들이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경쟁력 있는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결혼 이민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우리 언어와 문화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지구촌 시대에 걸맞게 서로 배우고 이해하는 진정한 다문화가 바로 우리 보은에서 시작되기를 말이다. 참고로 보은군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국적은 어디일까? 바로 베트남이다. 2위인 네팔의 두 배가 넘는 17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미 한국국적을 취득한 결혼 이민자를 포함하면 300명에 가깝다. 물론 이들이 낳은 아이들과 가족까지 포함한다면 이 숫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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