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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 걱정불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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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9호] 2019년 05월 30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현대인은 컴퓨터,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AI(인공지능) 등에 둘러싸여 산다. 음성, 문자,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게 된 10여 년 전 3세대(3G) 통신혁명 때부터는 보은군과 같은 농촌지역에서도 남녀노소 거의 대부분 손에 휴대폰을 쥐었다.

 그러다보니 옛날처럼 굳이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어졌다. 예전엔 보통 수십 개, 장사하는 분들의 경우는 수백 개의 전화번호도 머릿속에 있었다. 지금은 아마 많아야 몇 개 정도일 것이다. 심지어 어느 땐 자신의 전화번호조차 선뜻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문명 이기에 너무 의존한 결과로 신경정신계 질환인 치매와 유사한 인지적 저하 현상을 이른다. 몇 번 왕래해 본 곳조차도 네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아 헤매는 등 언어, 기억, 지능, 의식 등이 감퇴된 경우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인류에게 이미 한차례 발생했었다. 고대 인도 브라만교의 경전인 리그베다는 무려 3천년 동안 입으로만 전해졌다. 불경 역시 붓다의 말씀을 제자들이 따라 읊으며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가 사후에 ‘숫타 니파타’경 등을 작성했다. 유태경전도 구전으로 전해졌다.

 헌데 문명의 3대 발명이라 꼽히는 ‘문자’ 출현으로 인류의 암기력이 크게 감퇴됐던 것이다. 굳이 힘들게 암기하여 구전할 필요가 없어졌다. 모든 것이 암기 대신 파피루스나, 석판이나, 죽간에 글씨로 적어 문서로 작성됐다.

 기억능력은 다소 잃었지만 오히려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수단을 획득했다. 구직 중인 아인슈타인에게 면접관이 “음속은 얼마?”라고 묻자, “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러한 정보를 기억하고 다니지 않습니다”고 답한 아인슈타인의 일화는 유명하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그럴진대 디지털 치매라 할 정도로 인지적 능력이 저하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기억력 감퇴라는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디지털 활용능력은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영장류와의 공동조상에서 갈라지며 더 진화하려 그 막강한 완력을 잃었다.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정착하며 나무 타는 능력과 동물적 감각 등도 거의 잃어버렸다. 문자를 발명하면서는 방대한 지식을 구전 노래로 외워 읊었던 능력을 거의 잃어버렸다.

 산업화를 시작하면서는 천지자연을 읽고 작물을 가꾸는 능력을 잃었다. 현대의 스마트시대에 들어서며 전화번호 외우거나, 길 찾는 능력을 거의 잃었다. 종이에 손수 필기하는 능력도 조만간 퇴화될 것이다.
 
치매가 현대인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있는 때 ‘디지털 치매’가 다소 위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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