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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죄송합니다
[1428호] 2019년 05월 23일 (목)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못된 딸이었습니다. 달력을 한 장 넘기면서 5월을 만나자 또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철부지를 넘어 못된 딸이었던 나는, 환갑이 되도록 친정어머니를 존경할 줄 몰랐습니다. 가슴에 불만과 원망을 품었습니다. 어머니의 입장을 생각하려고도 않고 이해하려고도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떠올리면 앞치마에서 나는 냄새뿐이며, 다른 엄마들은 아기자기 자상하기도 한데 우리 엄마는 한 번 안아주신 기억도 없습니다.
문학을 공부한답시고 문인들의 수필을 접하면서, 구구절절 부모님의 사랑에 관한 사연들을 읽을 때마다 나는 저렇게 애절한 사연도 없으니, 우리부모님은 자식사랑이 덜하시거나 감정이 메마른 줄 알았습니다. 작고하신 이재부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일찍 여의시고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읊을 때마다 나는 눈물을 글썽이었습니다. 오늘도 수필 ‘부은도’를 읽다가 또 눈물을 닦았습니다. 문득 우리 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와 9남매, 큰오빠보다 두 살 아래인 삼촌까지 열세 식구가 살았지만, 오빠가 다섯에 남동생, 게다가 삼촌까지, 남자들만 북적였으니, 어머니 혼자 하루 종일 바쁘셔도 어머니의 일을 돕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심한 치매를 앓는 모습뿐입니다. 그래서 틈틈이 부엌으로 몰래 들어가셔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드시는가 하면, 설사는 달고 살았으니 어머니는 하루에 두세 번씩 할머니 옷이며 이불빨래를 해야만 했습니다. 집 부근 밭에 고구마도 넝쿨을 죄다 망쳐 놓으시면 고구마 값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부근 마을에서는 노인을 굶기는 줄 알고 수군거리기도 했지요. 치매 뒷바라지 13년에 아버지의 철두철미 정확한 성품은 열두시 땡과 동시 점심식사가 시작 되어야 하며, 겨울에도 아침 일곱 시에서 2~3분도 늦지 않게 아침식사가 시작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야말로 손에 물마를 새가 없으셨던 어머니의 고달픈 일상은 관심 있게 살피지 못하고, 못된 딸은 특별한 사랑만 원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빨래터를 두고 1km도 넘는 큰 내로 빨래를 가시는 심정도 이해 못한 철부지는, 하교 때마다 집에 오면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짜증스러웠습니다. 남들이 코를 막는 할머니 빨래를 차마 공동빨래터에서 풀어 놓을 수 없었던 것을 몰랐습니다. 
아무리 가슴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일까만 5월 달력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당할 수 없어서 닦지도 않고 그냥 줄줄 흘리며 퍼질러 울었습니다. 누구나 부모님 떠나신 후에 후회한다고 하지만 나는 워낙 못된 딸이어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여행을 좋아하시고 캠핑을 좋아하셨지만 즐기지 못했음을 아버지는 미안해 하셨습니다. 그래서일까 우연히 산소위치가 어머니에겐 안성맞춤입니다. 아래쪽은 경부선 고속도로가 길게 뻗어있고, 건너는 기찻길도 내려다 보이는가하면 굽이굽이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산입니다. 어머니, 여유롭게 즐기세요. 
남매들이 성묘 갔을 때 오빠께서 “우리 엄마 고속도로와 기찻길, 낙동강까지 골라가며 즐기시겠다.” 하셨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는 그래도 어쩌다가 한 번씩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 따라 낙동강 강변에 국방색 텐트 치고 매운탕도 끓이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시대 아주 보기 드문 낭만이었습니다. 나도 그때부터 텐트에서 자는 걸 좋아했습니다. 아버지가 체격이 크신 편이라 우의도 대구 미8군 쪽에서 구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텐트와 버너도 미군부대서 구하셨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철부지는 꼭 두 분을 따라가서 텐트 안에서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에 대한 사연들을 구절양장九折羊腸 글로 엮으시는 분들처럼 가슴 저리는 추억이 없는 것은 부모님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픔이 없고, 상처도 없이 복 받은 환경에서 자라면서 주어진 행복을 복인 줄 몰랐던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모르고, 남의 아픔에 관심을 준 것입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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