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남의 집에서 지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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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 남의 집에서 지내야 할 판
  • 송진선
  • 승인 1998.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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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연자실 "들녘은 나가기도 싫어"
8월12일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해 전답은 물론 주택까지 잃은 수재민들은 수해 후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2일 집중호우로 인한 보은군은 사망2명 등의 인명피해와 함께 건물 1446동, 유실·매몰된 농경지 1229.90ha, 도로 157개소, 하천 38개소, 소하천 154개소, 수도 63개소, 수리시설 212개소, 사방 58개소, 소규모 시설물 583개소, 군 시설 1개소 등 최종 피해액은 922억7200여만원으로 확정됐다. 이외에 전·답 침수면적은 농경지 전체면적의 21%인 2311ha, 농작물 피해는 3541ha 가축피해는 21만1336두에 이른다. 이에 따른 복구비만 해도 1423억5884만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수해발생후 타 지역에서 의료진 및 방역반 등이 자원봉사에 나섰고 주민,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 공공근로사업자등 3만5000여명이 응급복구에 나섰다. 또 쌀, 라면 의약품, 의류, 침구류 등 구호물품이 9억여원이상 접수돼 수재민들에게 배분되고 있다. 그리고 수해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에게 사망자위로금, 주택이 파손된 이재민 장기구호, 침수주택 수리비, 세입자보조비 등으로 9억700여만원이 지급되었다. 또 농경지 피해가 심한 수재민에게는 침관수 지역은 농약대 및 대파대로 ha당 5만3760원의 지급, 군내 전체에 총 3억5027만여원이 지원되고 생계지원비로는 1415가구에 6473가마를 지원한다.

작물의 80%이상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해 1인당 1일 1999원씩 3개월간 98가구에 총 5900여만원의 이재민 장기 구호비가 지원된다. 이외에 피해농민 자녀의 중 고등학생 학자금 4865만여원도 지원하며 농업인들에게 융자된 영농자금, 양축자금 등에 해당하는 1년간의 이자를 감면받는다. 하지만 이는 실질 생계비나 복구비로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수해발생 한달이 되었지만 수재민들은 "돈들어 갈 일이 태산" 이라며 "추석도 다가오는데 걱정" 이라면서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집이 침수되었거나 산사태로 유실된 수재민들은 살림살이 하나 가져오지 못하고 입고 있던 옷만 걸친 채 몸만 빠져나왔다.

집이 없는 수재민들은 마을회관 등에서 집단 거주하다 하나 둘씩 침수주택을 수리해서 들어가고 친척집에 얹혀 살거나, 아예 월세를 얻어 나갔으므로 현재 집단거주하고 있는 이재민은 군내 1가구밖에 없다. 산사태가 집을 덮친 주택에서 쓸만한 것은 하나도 건지지 없다. 물에 침수되었던 주택에서 나온 가재도구도 쓸만한 것은 거의 없어 새로 살림을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이불이며 베개며, 소금 등 자질구레한 생활도구도 찾으면 없는 등 없는 것 천지다. 산사태로 인해 반바지차림으로 겨우 몸만 빠져나온 이후 마을회관에서 침식을 해결해야 하는 보은 수정리 박재덕씨(42) 가족은 불편한 생활이 계속이어지고 있다.

물도 없어 이웃에서 길어와야 하니 먹는 것은 물론 빨래하기도 불편하고 씻는 것은 아예 생각할수도 없는 처지다. 관리기, 이앙기, 고추 벌크 건조기 등도 수해로 모두 유실되었다. 다행히 트랙터는 건졌지만 수리비가 400만원이상 든다는 수리센타의 말에 고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때아닌 물난리로 몸만 겨우 빠져나왔던 보은읍 성주리, 마로면 기대리, 외속리면 장내리, 하개리 주민들도 한숨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택이 완전 침수돼 장롱, 가전제품, 이불, 옷 등 구입해야 할 것 투성이기 때문에 새로 주택을 짓고 싶어도 들어가는 돈 때문에 주택이 파손되지 않은 경우는 아예 신축할 엄두도 못낸다.

이와같이 기본적인 생활불편은 들녘이 풍성하면 그래도 안도하겠지만 대부분 유실되거나 침수돼 쭉정이 이삭이 많고 고추는 역병, 탄저병 등으로 먹을것 조차 얻기 힘들 정도다. 원금 상환은 고사하고 큰 폭으로 상승된 이자도 못갚아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농작물 수확률이 크게 감소함에 따른 농가수입이 없어 신규 생활비 대출규모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수재민들의 걱정은 태산이다. 자원봉사자들과는 달리 임금을 받고 수해현장에 투입된 공공근로사업자들은 수재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흰 운동화가 흙이 튈까봐 작업현장에 들어가길 꺼리면서 우리가 이런 것 하기 위해 왔는 중 아느냐며 핀잔을 주기가 일쑤이고 시간만 대충 떼우고 가려는 공공근로자들을 차라리 수재민들이 손이 안나 수확을 놓치고 있는 농작물을 돌보는데 투입하는 것이 더욱 바람지고 할 것이라는 대책도 나왔다.

식수이용 불편도 여전하다. 아직 관로가 연결되지 않는 등 복구되지 않아 관로에도 토사가 가득해 집집마다 우물물 등을 끓여서 겨우 이용하고 있다. 추석이 한 달도 안남았는데 남의 집에서 차례상을 모셔야 하고 곧 겨울도 다가오고 있어 수재민들의 체감온도는 삭풍한파 못지 않게 춥다. 수재민들에게 난방용 유류에 대해서는 면세유를 적용해 추운 겨울만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도 가을이 가기전에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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