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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만남
[1409호] 2019년 01월 03일 (목) 소설가 오 계 자 webmaster@boeuni.com

30여 년 전, 서울 강북 쪽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남 고속터미널 방향으로 오던 중이었다. 승복을 입으신 서양인 비구승 두 분이 서 계셨다. 그때 다른 칸에서 건너온 두 분 아주머니께서 성경책을 들고 “주 예수를 믿어라, 구원을 얻으리라.!” 큰 소리로 외치며 지나다가 그 스님들 앞에서 갑자기 “사탄아 물러가라! 사탄아 물러가라!” 하며 계속 삿대질을 했다. 스님들은 몸을 뒤로 재치며 피하셨다. 내가 얼른 일어나 그 아주머니 손을 잡으며 “이건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겁니다.” 했던 적이 있다. 
그날부터 타 종교인끼리도 서로 적대시 하지 않고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성직자가 종교계에 누가 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더 안타깝다. 극소수의 몰지각한 성직자들 때문에 진정 존경받으셔야 할 성직자 분들에게는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답답해서 내가 평소 우러러 보는 두 분이라도 만나고 소통하시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가덕 마야사 주지 현진스님과 소설가 L선배 선생님으로 부터 전해 듣던 청주의 모 교회 목사님이시다. 두 분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하고 싶었다. 두 분의 정서나 思考가 비슷하시고 타 종교를 적대시 하는 분이 절대 아님을 믿고 감히 용기를 냈다. 선배는 목사님께 나는 스님께 청을 넣었더니 쾌히 승낙하셨다. 두 분을 모시기로 날을 잡고 약속한 날을 기다리는 동안 설레고 긴장 되었다.

내 생각은 기독교든 불교든 세상에 사는 동안은 마음의 안식처요, 사후에는 영혼을 구원해 준다는 근본 핵심은 같은 맥락이지 싶다. 방법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타 종교인과 벽을 쌓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모든 종교계가 총 연합회를 구성해서 소통하고 손잡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드디어 시월의 마지막 주 맑은 날, 점심은 목사님께서 준비하시고, 디저트와 차는 마야사의 마야카페에서 두 분 성직자가 정겨운 대화와 함께 하셨다. 상상 이상으로 두 분의 대화가 잘 통하시고 좋아하셨다. 나는 긴장이 풀리면서 용기가 났다.
“목사님, 크리스마스 예배에 스님을 초대하셔서 축사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스님께서는 초파일에 목사님을 초대해서 축사하시고요.” 이렇게 제의를 했다. 좀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하실 줄 알았다.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이미 준비 된 할일처럼 좋은 생각이라고 두 분께서 동의 하시는데 나는 저어기 놀랐다. 목사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말씀 하셨을 텐데 들뜬 마음에 나는 또 재차 묻는 실수를 범했다.
“장로님이나 집사님들이 반대 하시지 않을까요?” 했더니 목사님 생각으로는 크게 반대하실 분은 없을 것 같다고 하신다. 마치 ‘우리 교회 가족들 그리 옹졸하지 않다’는 말씀 같았다. 하지만 나는 타종교를 사탄이라 취급하고 부처님 형상을 미신이라 생각하는 교인도 있을까 은근히 걱정 되었다. 그래도 거룩한 소통의 뜻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교회 예배당에서 두 분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고, 마야사 법당에서 나란히 서시는 모습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내 손이 떨렸지만, 차를 마시며 대화가 잘 통하시는 분위기를 보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님께서 스님의 폰 번호를 원하시고 스님은 번호를 불러 드리고 참 좋은 하루였다. 게다가 목사님 사모님의 잔잔하고 우아하신 정서도 감동이었다. 손수 준비한 간식과 곱게 물든 감나무 이파리를 데코(decoration)로 사용하는 센스까지 겸비한 모습을 보며 시를 쓰시면 좋겠다고 권하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격조 있게 꾸며진 예배당 인테리어가 사모님 작품임을 말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지난 입춘 날 처음으로 글 쓰시는 스님에게 관심이 쏠려 마야사를 찾았다. 신도든 신도가 아니든 차별 없이 배려하시고, 찬바람이 불면 부모님 따라 절에 온 아이들을 위해 붕어빵도 구워 주는 광경을 보면서 오길 잘했구나 싶었다. 봄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뜨거운 한여름도 구석구석 손질 하고 야생화 한포기도 예사로이 두지 않으시는 모습을 나도 본 받으려고 노력한다.
교회 예배당에서 활짝 웃으시던 스님, 사찰 법당에서 웃으시던 목사님 내외분이 건강하신 영혼만큼 몸도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아름다운 만남과 거룩한 소통이 계속 발전하기를 기원하며 단기 4352년 초파일을 합장하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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