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박정치·정선예씨
12일 밤새내린 비가 심상찮아 새벽4시경 박정씨(생활보호대상자, 58, 보은죽전)는 죽전 앞 냇가를 나가보았다. 하천이 범람할 태세인 것을 보고 적전 산꼭대기 집까지 단숨에 달려와 잠자는 식구들을 깨워 피신시키려고 하는데 집뒤이 산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집안을 덮쳐 지봉과 벽이 무너져 집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아내와 둘째 아들과 함께 산사태로 생신 흙더미에 휩쓸려 30m가량 떠내려갔다.둘러보니 큰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흙더미가 덮친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혹시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드는 순간 방에 가득 쌓여있는 흙더미속에서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다행히 딸이 자는 방은 안전했다. 식구들 모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살아있다는 것만해도 고마워하는 순간이었다. 이웃집에 사는 김광구씨가 찾아와 병원으로 후송, 아들 2명은 의명병원에서 박정치와 부인 정선예씨는 오기영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박정치가 날품을 팔고 정선예씨가 식당일, 밭일 등을 하며 모아오는 돈으로 근근덕신 하루 살이를 하면서 터는 아니지만 내집이라고 가진 흙장집 한채가 그렇게 무너진 것이다. 정선예씨는 “이제는 집도 절도 없다”며 “5식구가 살 집한칸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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