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위기와 새로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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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위기와 새로운 선택
  • 보은신문
  • 승인 1998.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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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국(마로 송현, 충북 공무원교육원장)
요즘처럼 공직자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본적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 조정 여파로 공직 사회도 구조 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보수 삭감에 이어, 당초의 예상을 훨씬 넘어 심각할 정도의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공직자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어떤 공직자는 평생 동안 국가 발전의 주역으로서 형편 없는 박봉을 감수해 온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었다고도 하고, 박봉이나마 신분이 보장되어 일생동안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것마저도 기대할 수 없으니 앞으로의 공직생활이 암담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박봉과 인사적체에 시달려 왔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나이에 공직을 떠나야하니 그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필자도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일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비록 박봉이라 하더라도 공직에 남을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 전반의 엄청난 고통과 아픔에 비해 그나마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 비해 공직자들의 의식과 자세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저 삼삼오오 모여서 걱정만 하고 있을 뿐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공직자로 다시 태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공직생활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공직생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우선 나 자신이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새로운 법령과 규정을 정리하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해야 한다. 그 동안 등한시했던 외국어와 컴퓨터에 관한 공부도 새로 시작하고, 지역사회를 바로 알기 위한 지역의 역사와 자원, 주민들의 여망, 지역의 현안문제등에 대한 깊은 연구와 함께 자기분야의 전문지식을 착실히 쌓아 나가야 한다. 이 시대는 자기 분야의 최고 전문자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정신과 자세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먼저 우리의 최대 고객인 주민들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행정편의적 관행과 구습은 과감히 떨쳐버리고 행정의 모든 가치를 주민의 여망과 편의에 두는 주민본위의 행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순응하고 그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 적당히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무사히 정년을 맞는 시대는 지나가 버린지 오래되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일로서 승부하고 주민을 위해 정성껏 봉사하는 보람으로 공직생활을 해야하는 시대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공직자가 될 것인가를 새롭게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오늘의 이 위기를 자기발전의 기회로 삼아 21세기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전문 행정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아니면 공직을 그만두고 다른 길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 조정은 바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이를 과감히 실천하는 공직자를 가려내기 위한 국민의 채찍인 것이다. 우리가 공직자로 계속 남기를 원한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참신하고 열정적이며 생동하는 전문행정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리 모두 지금의 이 위기를 두려워 하지 말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그리하여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공직자로 국가와 국민 앞에 다시 서자.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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