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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지1 (3월의 노래)
[1371호] 2018년 03월 29일 (목) 김종례 (시인) webmaster@boeuni.com

 저 멀리 고비사막을 떠나 푸르른 바다를 건너서 힘겹게 달려왔을 봄바람인가! 이천년 통곡의 벽을 넘어 생명의 소리를 찾아 헤매던 눈바람인가! 산봉우리 잔설마저 도란도란 흘러내리는 소리에 강물은 저다지도 쉬 풀려오고, 개구리 기지개 켜는 소리에 내 작은 정원도 긴 침묵을 깨뜨리며 비지땀을 흘린다. 쪽대문 구멍새로 들락거리던 수상쩍은 바람기가 산수유 가지마다 너울너울 걸려있다. 그리움과 설레임의 조각들이 봄바람에 휘날리며 나를 불러낸다. 측백목에 숨어 울던 참새 떼도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고, 아침마당에 쪼르르 내려앉는 눈 시거운 햇살만으로도 꽃대공이 금방 솟아오를 것만 같다.
 대지에 고동치는 심장박동 소리가 모두의 가슴에 요동치니, 하늘 소리를 배달 오시는 그 분의 임재를 뚜렷이 느껴보는 요즘이다. 사람들도 시리고도 아프게 얼어 붙었던 삶의 고드름을 떼어내며, 안으로만 곰 삭였던 겨울 묵은지를 봄바람 등에 실려 보내는 중이다.
 시샘이 많은 춘설이가 나비처럼 난분분 춤추며 어김없이 다녀간 3월이 이렇게 지나간다. 경칩에도 춘분에도 찾아 온 그녀는 가는 계절을 붙잡고 마지막 순정의 눈길을 주고 사라졌다. 하얀 전설처럼 천년 백설처럼 종일토록 봄의 대지를 덮었으나, 그 어디에서도 반란의 슬픔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저 침묵의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 뿌리의 합창소리가 들리는 요즘이다. 뿌리의 영혼을 세상에 선포할 꽃들의 태반이기에…… 햇살을 안으며, 봄비를 마시며, 봄눈을 맞으며, 붉은 노을을 발등에 익히며…… 마음의 뿌리를 단단히 엮어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바야흐로 4월의 안개 속에서 어른거릴 백목련 꽃송이들, 마당 가득 몽환포영처럼 퍼질 영산홍 꽃빛깔,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며 지면을 수놓을 능수매화의 낙화 등…… 세상 모진 풍파 속에서도 저만의 향기와 빛깔을 잃지 않는 영혼들의 축제가 이제 시작될 조짐이다. 겨우내 침묵을 지켜왔던 정원의 등대지기 감나무도 이름 모를 새들을 불러 모으는 중이다. 머지않아 제 등걸에 연둣빛 촉이 움트는 그 날을, 연미색 꽃 흐드러지게 뿌려질 그날의 단꿈을 꾸는 게 분명하다. 나도 그 고목나무 아래 정화수 한 그릇 어머니의 기도가 다시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근육이 빠져나간 팔다리와 헐렁한 몸짓으로 춤을 추며, 가사를 잊은 지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려보는 이유이다. ‘이 어둡고 고요한 침묵의 땅 속에서 새롭게 피어날 천상의 언어들이여! 아무 머뭇거림이나 어떠한 숨김도 없는 기쁨의 나락으로 빠져들 내 마음의 풍경이여!’라고……
 만물이 소생하고 도약하는 이 봄날에, 우주와 인간에 대한 그 분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될 것을 기대하면서 들판으로 발길을 옮겨 보았다. 피마자유를 엎지른 듯이 윤기 흐르는 아스팔트를 벗어나 동구 밖으로 나가보면, 요즘 들어 더욱 구수해진 흙냄새가 참으로 정겹기만 하다. 씀바귀, 쑥, 돌나물, 냉이, 달래, 국수뎅이, 벌금다지 등…… 가지가지 봄나물들이 한겹 부드러워진 땅의 껍질을 비집고 얼굴을 내밀었다. 봄 처녀 오시는 길에 몸단장 하고 마중 나온 사랑스런 연인들처럼 귀엽기만 하다.
 올해도 변함없는 몸짓과 미소로 다가와서 소망의 나래를 펼쳐주는 이 3월에,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우리 다함께 봄의 연가를 불러도 봄직한 새 봄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강줄기의 근원처럼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희망찬 미래에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봄비와 춘설을 흠뻑 맞으면서 우리 다함께 서둘러 가야 할 길이 멀고도 멀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산을 보니, 보석처럼 애잔하게 들꽃들이 가득 피어날 4월의 정서가 저만치서 달려오기 때문이다. 앞산 뒷산마다 환하게 지펴 오를 진달래 불빛이 어른거리고, 산바람이 불적마다 흐드러지게 몸을 날릴 산 벚꽃의 운취가 벌써 마음을 산란하게 하지 않는가! 연둣빛 새 풀옷을 입으시고, 구름너울 화관을 머리에 쓰시고, 꽃다발 가슴에 안으신 우리 모두의 임은 어디쯤 오고 계심인가! 서로의 가슴속에 역동적인 새 희망을 안겨줄 새 임이 되어야 하기에……우리 모두 기대감을 안아도 봄직한 새봄이니까 정녕 그렇지 않은가!
 보은신문 독자 여러분! 옛말에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 않으면 봄이 왔어도 내 봄이 아닐 것이기에…… 가슴 가득 새 희망 새 행복을 찾으시는 새 봄이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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