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승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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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승려시인
  • 보은신문
  • 승인 1998.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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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변윤스님
“구도자의 길과 시를 쓰는 문학적인 활동은 둘이 아닙니다. 만해 한용운스님의 悟道詩를 흉내내기 위해 시작한 나의 문학사와 승려로써 구도의 길이 다를 바 없었습니다” 조계종 제5교구 법주사에서 법주회보 주간을 맡고 있는 변윤스님은 말한다. 충북 청원군 미원면에서 태어나 어려웠던 가정사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깨끗하고 선하게 살겠다는 마음으로 예산 향천사로 입산했다.

속리산 복천암 행자시절 속리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시를 써 보겠다고 시작한 것이 그를 한곳에 두지 못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한참 구도에 빠져 있을 때 그에게는 시를 쓰기 위한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으며 사시사철로 변하는 자연의 모습은 그가 넘어야 할 숙제였던 것이다. 그에게 닥친 문제는 구도의 길과 문학의 길속에서 자신을 풍화해 나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승려로써 가야 할 길과 시인으로써 가야 할 길이 다르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젊은 구도의 길이었으며 이런 와중에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간간이 습작한 한두편의 시가 모여 그를 승려 시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만학의 나이로 동국대학교 승과를 다니며 시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되었고 강원도 평창군에 있는 법장사 주지를 하면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무대를 시로 표현하는 적극성을 띄기도 했다고 한다.

변윤스님의 겉모습은 여느 스님과 다를 바 없다.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평범한 승려일 뿐 아무런 향기를 맡지 못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인간의 번뇌로 가득한 고뇌를 느끼게 한다. 한마디로 평범한 승려가 아닌 시로서 구도의 본능을 표현하려는 내면적인 충동이 역력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승려라는 자신의 위치를 시라는 문학활동을 달리하지 않기 위한 부단한 작업이 그의 시에는 베어 있다.

동국대 교수이며 시인인 이형기씨는 변윤스님을 이렇게 표현했다. “변윤시인은 스님이다. 스님인 만큼 불교는 두말할 것이 없고, 동양의 사상과 문학 전반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시인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승려 시인의 시가 아니라 첨단적인 모더니스트의 시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불교적 예지와 동양의 유연함과 그리고 서구문명이 빚어진 현대의 참신함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변윤스님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아닌 복수의 세계를 하나의 시로 표현하려는 작업이 느껴진다. 변윤스님은 수도를 시작하면서 지금가지 수백편의 시를 썼다. 만해 백일장에서 당선된 작품을 중심으로 3권의 시집을 내고 요즘도 시를 스는데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문학은 문학이고 승려는 승려라는 사회 인식속에서 그가 갈구하는 진실한 시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悟道詩를 써보자는 일념으로 정진하고 있다.

승려이기에 구도의 길을 찾고 구도의 길이기에 시를 쓰는 변윤스님의 내면에는 평범한 인간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향기가 있다.

<여기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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