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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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의 이치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7.08.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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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는 오랜만에 창문도 닫고 선풍기를 끄고도 쾌적한 잠을 잘 잤으니 참 감사한 아침이다. 현관문을 열고 햇살 가득한 데크로 나가니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 한 가닥이 불어온다. 밤새 찔끔대던 빗물에 온 산야가 몸을 씻은 후, 청정한 바람이 후덥지근했던 여름 내음을 안고 동구 밖으로 사라진다.
무지 더웠다. 지난 오월부터 극심한 가뭄과 폭염과 홍수가 반복되었던 올 여름은 내년 여름 걱정이 앞설 정도로 공포의 무더위였다. 하나님이 주신 대형 수영장이었던 어릴 적 마을 앞 개천이 그리웠던 여름이었다. 어스름 달밤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마을 사람들이 첨벙첨벙 들어가서 멱을 감고, 할아버지께서 피워주신 모깃불에 눈물 흘리며 밤하늘에 별을 헤이다가 멍석 위에서 꿀잠이 들던 낭만의 여름이 참 그리웠다. 지금은 밤새도록 아열대에 시달리며 전기 바람 상자 앞에서 쪽잠을 구걸해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우리는 사막의 한떨기 가시나무처럼 황폐해지는 영혼들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다 빈들에 마른 풀같이 메말라가던 심령위에 반가운 단비라도 내리면, 생명전자 태양 아래서 산천초목도 더덩실 춤을 추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시 수증기는 공중으로 떠오르고, 구름이 되어 다시 땅으로 떨어져 홍수를 일으키며... 마치 거래라도 하는 양 순환의 굴레를 통과하며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던 여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그 여름을 보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우주 만물은 거래이다. 계절의 변화도 에너지와 에너지의 교류이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사회면도 장기간 안목으로 내어다 보면, 순환의 이치에 부합되는 길로 몸부림치며 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상승, 둔화, 하강, 회복이라는 4단계의 로드맵을 맴도는 경제순환시계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헤드라인 뉴스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에너지나 물질을 가둬놓기만 하고 풀지 않는다면, 사람 역시 삭막하고 메마른 한 떨기 가시나무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비워야만 채워 주시는 하나님 곳간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싫어하고 들어오는 것만 좋아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역사나 문화, 교육 역시 그 순환 변동 요인에 의하여 늘 신. 구 시대를 혼란시키지만,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며 나이를 먹게 되었다. 세상의 이치와 신의 섭리는 그렇게 편파적인 공식이 아님을 깨달으며... 순환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 지혜라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왜냐면 순환의 이치는 우주 운행의 질서요. 생명의 보존이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또한 순환의 이치는 평화라 할 것이다, 지혜의 길목 평정의 길목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나 상황도 영구히 지속만 된다면, 진정한 평화와 기쁨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순환의 굴레 속에서 소망의 미래도 기약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어려움이나 난관 속에서도 오르락내리락 돌고 도는 순환의 이치와 신의 섭리에 순응해야 함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도 폭염과 홍수의 반복으로 유난히 힘들었던 이 여름을 그래도 잘 보내지 않았던가. 모두가 순환의 굴레에 적응하고자 나름대로 씨름하며 이 여름을 무사히 보내지 않았는가. 어김없는 순환의 이치에 오직 감사해야 할 지금이다.
선선한 바람을 안고 이리저리 마당을 배회하노라니, 장독대 옆 키다리 코스모스 꽃들이 반가운 얼굴로 손짓을 해댄다. 꽃무리의 허리를 휘감으며 흔들어대던 바람꽃 한 다발을 내게도 보내주신다. 우아일체 우주의 조화로움이 신선하게 각성되어 오는 이 아침에, 아! 가을이 오시나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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