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보은군 어떻게 변하고 있나 2
보은군의회 활동 위축…민원과 부정청탁 경계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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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보은군 어떻게 변하고 있나 2
보은군의회 활동 위축…민원과 부정청탁 경계 모호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10.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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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교육청, 경찰서 등 공직세계 일상생활 큰 변화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 법’이 시행된 지 4주가 지나고 있다. 이 법은 청탁은 하지도 받지도 말고 모든 비용은 각자 계산하자는 취지다. 쉽게 모든 부패의 단초가 밥 한끼, 술 한잔 이렇게 시작되기 때문에 첫발을 담그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입법 배경이다.
법 적용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국회, 교육기관, 언론사 등 4만900여 개 기관으로 임직원과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에 달한다. 이들과 교제나 접촉하는 사람들도 모두 적용 대상이어서 사실상 전 국민에 해당된다. 보은군의 경우 군청, 교육청, 경찰서, 각종 공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보은고 등 50여개 기관 1500~1800여명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큰 변화가 우리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은군도 공직사회 회식이 줄고 더치페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가 하면 공무원이 민간인과 접촉을 꺼리는 가운데 지난 호 기자와 행정공무원에 이어 이번 호에는 보은군의회, 교육청, 경찰서, 기타 적용 대상을 살짝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보은군의회 한동안 혼란 지속될 듯
보은군의회 또한 혼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선출직 공직자이다 보니 공직선거법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민원 처리와 집행부와의 관계도 김영란 법 시행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보은군의회에 따르면 단체나 주민이 의회를 방문했을 때 간단한 기념품을 건네도 되는지 판단이 안 선다. 보은군 타 기관이나 단체와의 업무협의도 주춤한 상태다. 전에는 교육청, 기자,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농협 직원 및 단체들과 이따금 소통의 시간을 가졌지만 김영란 법 시행으로 식사나 다과회가 가능한지 가늠이 안 잡힌다. 의회 뿐 아니라 상대 기관도 어찌할지 난해하긴 마찬가지. 일단 보류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보은군의회는 이번 보은대추축제에 초청한 다른 지역의 의원들에게 의례적으로 하던 대추선물(1㎏)을 못했다. 예산 관계도 있었겠지만 김영란 법을 의식해 집행부가 보은군의회를 배려할 수 없었던 것으로도 보인다. 또 원활한 업무를 위해 사전 계획수립에 의한 자리가 아니면 집행부와 식사도 할 수 없다.
보은군의회 고은자 의장은 “김영란 법 시행 이후 어떤 일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일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의원들이 정작 골머리를 앓아야 할 부분은 금품수수보다 부정청탁 쪽이다. 부정청탁의 경계선이 모호해 민원 청탁은 난감하게 됐다. 민원처리가 자칫 부정청탁으로 비쳐지거나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의원 입장에서 골치 아픈 민원을 정중히 거절할 명분도 생긴 셈이다.
고은자 의장은 “민원을 처리할 때 공무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의원이 주민의 민원을 검토해달라고 원론적인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군의원의 민원 처리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정식채널을 통해 문서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3자 부정청탁이 될 수 있다. 의원이 ‘검토해달라’는 주문은 집행공무원 입장에선 압력이 될 수 있다. 사업 추진은 집행부의 일이다. 앞으로 의원들이 어떤 사업을 내가 주도했다고 내세우면 제3자 부정청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김영란 법은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할 경우 이해당사자는 1000만 원 이하 과태료, 일반인은 2000만 원 이하 과태료, 공직자는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예외다.
보은군은 올해부터 기초의원의 재량사업비 1억 원의 예산편성도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민원성 예산 이른바 ‘쪽지 예산’은 부정청탁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예산의 출처가 정당한 것인지 알 길이 없으니 일절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원, 경찰-커피 한잔도 안 돼 조심 또 조심
보은교육청 및 각 학교 교직원도 김영란 법 시행으로 처신이 조심스럽다. 교육청 간부는 “김영란 법 시행으로 전반적인 패턴이 바뀌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연합회 등의 모임은 교육장 업무추진비로 식사를 하거나 다과를 준비하고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금액 한도 내에서 각자내기를 하고 있다. 책이나 연감 팔아달라는 전화도 줄고 정중하게 거절할 명분도 생겼다”고 했다. 특히 자녀 성적을 담당하는 교사는 직무 관련성이 높아 아무리 적은 금품이라도 심지어 카네이션조차 받을 수 없다.
경찰공무원도 긴장하고 있다. 시범케이스가 될 경우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란 우려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보은경찰서장은 김영란 법 시행이후 외부행사에서의 식사 뿐 아니라 저녁은 누구와도 갖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 시행 전 예약했던 식사자리도 취소했다. 직원들도 가급적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민간인이 건네는 커피는 언감생심. 뭣 모르고 가져온 음료수는 돌려보낸다. 앞으로 생활안전협의회, 자율방범대 등 협력단체들과의 식사자리 또한 고민이다. 한 직원은 “간부회의 시간에 많은 얘기들이 오가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각자 내던지 부족하지만 서장 업무추진비 이내에서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의 경우 보은농협 등 지역농협은 제외다. 농협중앙회만 김영란 법 적용대상이지만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라고 농협간부는 전한다.

●회식 줄어 일부 음식점 울상
김영란 법 시행은 음식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3만원 이상대인 횟집과 소고기집의 타격이 크다. 보은시내 한 횟집 대표는 “지난 여름철 콜레라 발생이후 매출이 급락했는데 김영란 법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고 말했다. 보은읍의 한식점 사장도 “우리집 음식가격은 1인 3만원이 넘지 않는데도 단체회식 자체가 없어졌다”고 했다. 보은옥천영동축협의 경우 대추축제 때 공공기관 300여명의 예약이 취소됐다. 보은축협 관계자는 “김영란 법 시행 후 4인 가족이 기준 범위 내에서 먹을 수 있게 7만원 가격대의 가족세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관공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군청 구내식당마저 폐쇄하는 등 상권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화천군청은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70석 규모의 구내식당을 폐쇄했다. 강원도청은 매주 수요일을 식도락 즐기는 날로 정해 이날 하루 구내식당은 정기휴업하고 있다.
김영란 법 시행이 우리 사회를 변모시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법 해석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법 해석을 재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매주 사례별 해설집을 공공기관에 배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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