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22일 ‘보은군 어떻게 변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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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22일 ‘보은군 어떻게 변하고 있나’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10.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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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기자, 김영란 법에 걸릴라 ‘조심 또 조심’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 법’이 시행된 지 3주가 지났다. 이 법은 청탁은 하지도 받지도 말고 모든 비용은 각자 계산하자는 취지다. 쉽게 모든 부패의 단초가 밥 한끼, 술 한잔 이렇게 시작되기 때문에 첫발을 담그지 않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입법 배경이다.
부정청탁 유형에는 인허가처리와 인사개입, 선정 탈락에 개입, 배정 지원 투자 등에 개입, 학교 성적, 징병검사, 행정지도단속 관련 등 15가지가 해당된다. 금품수수의 경우 기존 법의 맹점을 보완해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 등을 위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는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되는데 이것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액수와 상관없이 제재 대상이 된다. 직무와 상관이 없어도 한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법 적용대상은 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국회, 교육기관, 언론사 등 4만900여 개 기관으로 임직원과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 명에 달한다. 이들과 교제나 접촉하는 사람들도 모두 적용 대상이어서 사실상 전 군민에 해당된다. 보은군의 경우 군청, 교육청, 경찰서, 각종 공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보은고 등 50여개 기관 1500~1800여명이 적용 대상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큰 변화가 우리 사회와 문화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은군도 공직사회 회식이 줄고 더치페이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는가 하면 공무원이 민간인과 접촉을 자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중고 겪는 기자실
보은군청 3층에는 보은군이 제공하는 홍보실(기자실)이 있다. 대게 평일에는 5명이 상주하고 브리핑이 있는 수요일에는 10~15명 정도의 지역기자들이 기자실을 드나든다.
김영란 법 시행 이전 이들의 점심식사는 별도의 약속이 잡혀 있지 않는 한 홍보담당이 의례적으로 제공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수요일 또는 브리핑이 잡혀있는 날(홍보담당 아니면 브리핑 주관 부서 제공)을 제외하곤 각자 알아서 해결하게 됐다.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식사 대접은 이해관계에 놓인 기자끼리 짝 맞추고 참석했던 종전의 관행에도 제동이 예상된다.
논란은 있지만 광고시장에도 혼선이 예상된다. 그동안 광고수주는 지역기자들의 또 다른 활동영역이었다. 하지만 일상적인 광고 요청도 청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의 광고수주는 논란을 떠나 어쨌든 김영란 법 이전보다 어려운 여건임은 확실하다.
이와 관련 보은주재 기자는 “기자들의 광고는 직접은 안 되고 광고주(공공기관)에게 협조 공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반면 홍보담당은 “명확하게 나와 있는 게 없다. 처음에는 기자가 광고를 못한다고 했다가 광고도 기자의 한 업무인 만큼 협조 요청할 수 있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김영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기사도 봤다. 다만 기사를 빌미로 한 광고만큼은 명확하게 금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실장은 “공무원에게 기자가 직접 광고를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고 기자의 광고에 대해 선을 확실히 그었다.
일각에서는 언론계가 김영란 법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광고는 언론사 최고 수입원 중 하나다.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고 수입에 따라 지역언론사의 지형변화와 인적조정도 불가피해 보이는데 그것의 열쇠는 지역신문 최대 광고주인 각 지자체가 쥐고 있다. 최근 지역신문사들은 지역주재 기자의 수를 줄이고 한명의 기자가 맡고 있는 취재구역을 확대해 나가는 형국이다.

●몸 사리는 공무원
보은군 공직사회는 일단 경직된 분위기다. 직원끼리 밥 먹는 것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민원인과의 식사는 가급적 피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민원인에게는 커피 한 잔 조차 받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극도로 몸을 사린다. 또 하급자와 상급자와의 자리도 매우 조심스럽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접하는 것은 금액에 관계없이 가능하지만 반대일 경우 청탁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 해도 사교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3만 원 이하 식사 등은 허용이 되는데도 일단 조심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한 공무원은 “허용되는 행동이 무엇이고 금지되는 행동이 무엇인지 명확한 게 없다보니 몸을 사리게 된다. 특히 업자와는 이해관계가 없어도 밥을 같이 안 한다”며 소비위축을 우려했다.
민원인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건설업을 하는 한 민원인은 “공무원과 대화가 단절됐다. 눈치가 보여 말 건네기도 조심스럽고 혹시 밥 한번 잘못했다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정상혁 군수도 김영란 법 시행으로 난감함을 경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부처를 방문하면서 보은의 특산물 대추를 홍보용으로 나눠주려 했지만 국가직공무원들이 극구 사양해 되가져왔다는 전언이다. 보은대추축제 개막식에서도 초청 인사들과의 만찬은 생략했다. 이전 같으면 공무원과 주민이 한데 어울려 대접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올해 축제장에선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 초청 인사들에게 대추선물을 안겨주는데도 많은 제약이 따라 판매 하락으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축제장 현장에 나와 있는 보은우체국 택배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택배 물량이 줄었다”고 했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업자는 물론 군민 누구든 군수와 저녁 식사가 가능한지 의문부호가 던져지고 있다. 보은군 행정의 꼭지 점에 놓여있는 군수와의 자리는 사후에라도 업무와 관련성을 연관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직무수행이라든지 사교, 의례 또는 직무 관련성 등의 의미가 불명확한데다 사례마저 내놓기가 어렵다보니 나라 전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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