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시름 깊어지는 조합과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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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의 역설…시름 깊어지는 조합과 조합원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09.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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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누적, RPC통합, 임금피크제 도입, 추곡수매가격 결정 등 난제 산적
▲ 계속되는 쌀값 하락과 올해 풍작 예상 등으로 추곡수매를 앞두고 있는 쌀 재배농가와 지역농협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탄부면 소재 남보은농협 RPC.
산지 쌀값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단위로 내놓는 쌀값 동향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가마당 13만7152원(20㎏로 환산하면 3만4288원)으로 열흘 전의 14만288원보다 2.2%가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15만9972원보다 14.3% 낮은 가격이다. 특히 하락률 2.2%는 역대 단경기 최대 낙폭이라고 한다. 2013년 이후 4년 연속 풍작이 확실시되고 재고량도 예년보다 많기 때문에 정부도 쌀값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계속되는 쌀값 하락과 올해 풍작 예상 등으로 추곡수매를 앞두고 있는 쌀 재배농가와 지역농협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농협은 적자행진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데다 추곡수매 시 농가와의 가격 접점 등을 감안하면 갑갑하다. 농민 또한 쌀값 외에도 수매량마저 걱정해야 판이다.
RPC사업에서 지난해 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남보은농협은 올해도 10억 원의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수매량은 늘었는데 계속된 쌀값 하락과 판매 어려움으로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속상하다. 한 대의원은 “쌀 판매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농협 안위와 조합원 득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보니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쌀 수매를 제한하던지 하지 말자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남보은농협은 벼 전량을 수매했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예년보다도 더 열악한 사정이다. 구본양 조합장은 올해 추곡수매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10만 가마는 매취하고 나머지 물량은 수탁 판매할 계획이다.”
벼 재배농가도 죽을 맛이다. 추곡수매 가격이 2014년 5만6000원, 2015년 5만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해도 하락 정도가 문제지 작년보다 더 나은 가격을 받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남보은은 쌀 외에 작년 매취한 사과 품목에서도 아직까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의원은 “계약 재배한 사과에서 가격 하락과 판로의 어려움으로 적자를 못 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9일 국무총리실 추석 선물세트로 잡곡(5㎏ 4만원선 1060개)를 납품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영란 법 시행 이후 호조가 기대되는 품목 중 하나다.
남보은은 임금피크제도 적용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구 조합장은 “임금피크제로 직원 정년이 2년 늘었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기보다는 있는 직원만으로 조합을 운영해 나가는 것으로 노조와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보은농협도 쌀 판매 사업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지난해 6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현재까지 적자가 4억 원에 달한다. 연말 결산을 하면 6~7억 가량 적자가 예상되지만 다가온 추곡수매에서 전량수매 할 방침이다.
보은농협은 올해 안에 해결할 두 가지 현안이 놓여 있다. 대의원 총회에서 RPC통합에 대한 승인 요청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선택의 시점에 놓여 있다. 최창욱 조합장은 이와 관련 “미곡처리장 통합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RPC통합은 책임소재가 명확한 사안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도 없다. 임금피크제로 인한 경영은 장단점을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직원들의 선택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은 남보은농협과 보은농협이 각각 운영 중인 미곡종합처리장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남보은농협은 이미 대의원의 승인을 득한 상태로 보은농협이 대의원 총회에서 승인을 얻어야 통합이 성사되고 속도를 낼 수 있다. 보은농협이 11월 말 열리는 예산총회에서 승인을 얻는다면 농식품부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년 4월 쯤 공동사업법인이 출범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내년부터 수매 등 쌀 관련 사업은 공동사업법인이 주도하게 된다.
매년 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양 조합이 난맥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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