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과 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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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과 순금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6.08.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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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이 덥다’란 말이 연다라 실감나던 여름이다.‘하늘의 달마저 너무 더워서 그 하얗고 풍만한 몸을 호수에 푹 담그고 있다’라고 태양의 달 팔월을 읊은 시구절이 떠오른다. 입추가 지나도 여전하던 열기가 숙연해지며 돌연히 방안의 커튼 자락이 선들거리며 하늬바람을 일으킨다. 생각의 경계들이 희미해지고 잘 붙잡고 있던 자아조차 흔들리는 듯하더니,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뒷걸음질 치려 한다. 이 불볕 무더위 속에서 차량 에어컨을 끄고 퇴근하면서 무료 사우나 이색체험까지 했던 찜통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려 한다. 며칠 전에 초등학교 후배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나는 비통한 화장식 현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었다. 저 무서운 열기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도대체 그 열기가 몇 도나 달구어져야 용광로에서 빛나는 순금은 탄생하는 걸까? 이렇게 대지를 달구고 사람의 내면까지도 약하게 만들던 무서운 열기를 받으면서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진정한 어려움을 체험해 보지도 않고 최고의 정상을 누리려는 도금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와서 순금 노릇을 하고 있는 이 세상이다. 순금의 힘든 과정을 인내하거나 기다리지 못하고 얼렁뚱땅 세상을 쉽게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이 세상이다. 용광로에서의 도금과 순금의 차이는 그 무서운 열기의 온도차에서 비롯될 것이기에.... 이다지도 극심한 무더위와 씨름하며 힘든 고비를 넘긴 이 여름에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형체 안에 어떠한 깨달음 하나쯤은 남겨져야 옳다는 생각이다. 요즈음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들의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금메달 소식은 참으로 통쾌하기 그지없다. 그 메달 안에 그들만의 값진 피땀과 긴 터널의 흔적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온갖 고통을 감수하고 단련된 체력과 정신으로 얻은 순금이기에 우리 모두 그 감동의 물결에 잠수하는 것이리라. 가장 대표적인 예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이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형언 할 수 없는 고통과 고난의 경지를 이기시고, 사람으로서는 더 이상의 감당할 수 없는 참 기쁨의 사건인 부활의 경지를 이루어 내셨기에, 모든 인류가 땅 끝까지 그 분의 사역을 증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부처님의 보리수나무 그늘 아래서 열반에 드신 사건도 마찬가지다. 세상적 부귀와 물질적 풍요를 모두 거절하시고, 마음이 바위가 되도록 도피안 공지혜의 경지를 터득하신 것이리라. 구름에 달 가듯이 내면의 충만함으로 초연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면, 에고가 사라지고 무아의 기쁨의 경지에 이르러야 함을 보여주신 것이리라. 해마다 돌아오는 부활절에도 성경하나 달랑 들고는 부활의 의미와 은혜를 제대로 체험하지도 못하였지만, 특별새벽기도라는 관문을 어느 정도 감당해 낼 때는 아지못할 소망과 기쁨이 마음밭에 충만히 스며들기도 한다. 안락하고 평안한 여건 속에서는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맛보기가 어려웠지만, 그 무거운 사역을 조금이나마 느끼기 위해 동참하였더니 일상에서 맛보지 못한 거듭남의 기쁨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둡고 황량한 내면의 굴을 빠져나와서야 맞이하는 광명의 빛이 그것이리라. 작열하는 사막지대, 황량한 시베리아들판,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만 피어나는 에델바이스의 진가도 필경 그러한 것이리라. 여름의 찜통더위의 터널을 잘 통과하고 아름다운 계절 가을의 문턱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나도 수많은 각성들이 가슴에서부터 일어나던 이 여름이 슬며시 지나가고 있다. 자기만의 내면의 깊은 동굴 속에서 삶의 순금을 캐내며, 태양을 밝은 빛을 향하여 미소 짓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 저만치서 달려오고 있다. 도금이 순금의 값어치를 제쳐놓고 적반하장 판을 치고 있는 이 시대에, 고난과 연단을 잘 견뎌내고 승리함으로써 찬란한 빛을 발하는 순금의 정신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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