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음 : 詠黃白二菊 / 제봉 고경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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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음 : 詠黃白二菊 / 제봉 고경명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08.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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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1】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국화 전시회를 하는 단체와 사람이 많아졌다. 노랑색 하얀색 붉은 색깔로 피어있는 국화를 가을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가을이 되면 국화를 음영하는 시문도 부쩍 늘어났다. 퇴계 같은 이는 매화를 그렇게 좋아했다지만 가을은 역시 국화가 제 격인 것 같다. 노란 국화 하얀 국화를 색깔에 의해 구분해 보려는 사람의 시선은 마주치지만 된서리야 아량 곳 하지 않는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노랑을 국화의 바른 색으로 귀히 여겼네
타고난 본래 색깔 흰색도 기특한데
사람은 그 색깔 구별하나, 무시하는 저 서리.
正色黃爲貴 天姿白亦奇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世人看自別 均是傲霜枝
세인간자별 균시오상지

노랑색과 백색 두 가지 국화를 읊음(詠黃白二菊)으로 제목을 붙여 보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1533∼1592)으로 조선 시대의 문인, 의병장이다. 1558년 식년시 문과에 갑과 1위로 장원급제했다. 1591년 동래 부사로 있다가 사직했다가 의병을 일으켜 금산에서 왜군과 싸우다가 아들 인후와 같이 전사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바른 빛이라고 귀하게 여기는 노랑색, 타고 난 본래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했지. 세상 사람이야 이것을 구별하려 하겠지만, 다 같이 업신여기는 가지의 서리는]라는 시상이다.
위 시의 제목은 [노랑색과 백색인 두 가지 국화를 읊음]로 번역된다. 국화의 자태는 고결해서 좋다. 노랑색, 백색, 연두색, 붉은 색 갖가지 색깔을 자랑하며 늦가을까지 자기의 의지를 자랑하며 피는 꽃이다. 세상 사람들이야 색깔을 굳이 구별하려하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내리는 서리야 국화의 향과 의지를 알 리야 없다.
시인은 노랑색 국화를 바른 빛이라고 귀하게 여기며 향기에 취했을 것이고, 흰 색은 본래의 바탕이라고 또한 기특하게 여겼다는 시심을 떠올린다. 색깔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가을이면 물가에 피는 사철쑥에 비근할만 하지 않겠는가. 한 해의 황혼기와 같은 가을에 흔들림 없이 피는 국화야 말로 인생의 한 교과서로 보이지는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화자는 나약한 인간이야 굳이 그 색깔을 구별해 보려고 했지만 겨울을 알리는 서리가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를 알 리가 없다. 색깔과 향기쯤이야 구분하지 않고 치고 때리고 부셔버리기 때문이리라.
【한자와 어구】
正色: 바른 빛. 黃: 노랑색을 뜻함. 爲貴: 귀하게 여기다. 天姿: 타고난 본래 모습. 白亦奇: 흰색 또한 기특하다.
世人: 세상 사람들. 看: 보다. 自別: 스스로 구별하다. 均: 다 같이. 是傲: 이 거만함. 오만함이야. 霜枝: 가지 위의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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