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리고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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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리고 즐겁게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08.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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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말복을 향해 달음질 하는 한 여름의 오후는 매미 울음소리가 더욱 높고, 빈 공터에 심어 놓은 분꽃은 은은한 색으로 자태를 뽐낼 때 난 눈꺼풀이 아래로 내려앉으며 한 잠 자고 싶다. 창밖을 보니 문득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떠올랐다. 인간의 삶에는 과거도 중요하고 다가 올 미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충실한 것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현재를 알차게 생활하는 것이라 한다. 알찬 현실이 쌓이면 미래는 자연히 밝고,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이 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실천해야 할 가장 인상 깊은 다산 선생님의 생각을 정리 해 보았다.
절용(節用) : 씀씀이를 절약함
60-70세대에게는 습관이 된 생활이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참 거리감 있는 내용이다. 작은 몽당연필을 끝까지 쓰기 위해 붓 뚜껑에 끼우고, 종이 한 장도 아끼기 위해 연필로 쓴 후에 볼펜으로 수학 문제를 풀던 일, 운동화를 오래 신기 위해 학교에 갔다 오면 툇마루 밑에 예쁘게 놓고 구멍이 나 먼 거리를 갈 수 없을 지경이 된 헌 신을 신으며 가사를 돕던 알뜰함이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를 이룩해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많은 돈이 들어 간 휴지와 수돗물을 함부로 쓰는 장면을 볼 적마다 자원의 귀중함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낙시(樂施) : 베풀기를 좋아함
봉사, 보시라는 낱말로 대신 할 수 있는 참 좋은 행동이며 단어다. 예나 지금이나 남을 위하는 마음은 바다 같은 마음의 표현이다. 다른 사람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도와준다는 것은 반드시 돈이 많아 행하는 행동이 아니다. 고생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고, 배가 고파 본 사람이 배고픈 사정을 알아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마음이 샘솟는다고 했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기부자들을 보면 알뜰히 모은 돈을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예제(예祭) : 원만한 대인관계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멋진 사람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일등을 하는 것이고, 일등이 빛나 보이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원만한 대인관계는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향 싼 종이에서 향이 나듯이 원만한 대인관계는 사회에서 어우러짐의 향이 나도록 하는 원천이다.
왕역(往役) : 자기일은 자기가
우리같이 여러 남매가 자라던 시절에는 가정에서도 자기의 할 일이 정해져 있어 책임감이 생겼다. 그러나 핵가족이 되고 주거 양식이 침대로 바뀌면서 방 정리 하는 습관부터 없어졌고, 정리하지 못하는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형성되지 않아 주위가 너무 산만한 환경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신문에 났던 기사에 헬리콥터 자녀가 많아 회사 시험을 봐도 엄마가 점수를 알아보고 직장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엄마들이 와서 항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 일을 자기가 해결하지 못함은 평생 돌봐야 하는 어려움과 짐을 지고 사는 일임을 어찌 모를까 싶다.
양노(養奴) : 어른을 공경함
빨라지는 정보의 변화로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 하지만 변치 않는 것은, 먼저 난 사람들의 경험과 가치는 세월이 흘러 그 나이가 되어야만 어슴프레 깨닫게 되는 것이 사람들이다. 낳아주신 부모님, 가르쳐 주신 스승님, 사회의 첫 발을 디딜 때 맞아 주신 선배님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우리의 사회는 훨씬 부드럽고 존경하는 사회가 됨을 다산은 강조하였다.
뉴스속보라는 이름으로 뇌물을 받은 사람의 행적을 발표하고, 가난을 위장하여 최고의 외제차를 가족들이 타고 다닌다는 소식을 다산 선생님이 들으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함께 그리고 즐겁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부처님이나 예수님 등 성직자들만 이룰 수 있는 일인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답답함을 느끼는 무더운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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