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RPC사업 적자 ‘사상최고’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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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RPC사업 적자 ‘사상최고’ 될듯
  • 나기홍 기자
  • 승인 2016.07.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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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후면 벼 수확... 재고는 산더미
▲ 보은농협의 한 직원이 장안RPC에서 도정을 완료해 포장된 쌀을 지게차를 이용해 운반하고 있다.
앞으로 두달 후면 벼 수확이 시작될 전망인 가운데 군내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 RPC에는 아직도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벼 수확에 들어가기 전에 RPC의 재고처리를 해야 올해 벼 수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일 현재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에는 각각 1800t(45,000포대/40kg)의 재고벼가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농협은 지난해 7,800t(19만5000포대/40㎏) 95억 5500여만 원가량 어치를 수매했다.
이중 500t을 원료곡으로 판매하고 2,000t은 정부의 시장격리용으로 판매했다.
순수하게 보은농협에서 판매한 물량은 현재까지 수매물량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500t을 가공해 판매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판매를 위해 여기저기 공략을 해 보지만 올 초 20㎏한포대당 37,000원~38,000원(도매가)에 유통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도매상들이 34,000원~35,000원에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며 거래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팔자니 적자가 늘어나고 안 팔자니 재고로 쌓여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것이 보은농협 관계자의 말이다.
보은농협은 올해 RPC사업에서 6~7억 원 가량 적자가 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보은농협의 어려움은 더 크다.
남보은농협은 지난해 9,260t(23만1500포대/40㎏)의 벼를 수매했다.
지난해 50,000원에 수매했으니 대략 115억 7500여만원어치다.
그동안 벼40㎏ 한포대당 가격은 45,000원~46,000원이 유지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43,000원 이야기도 나온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원료곡 수매에서부터 시장형성 가격보다 포대당 4000원~5000원 가량을 높게 사들여 당초부터 1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됐었다”는 것이 남보은농협관계자의 말이다.
남보은농협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2,337t을 원료곡으로 판매하고 정부의 시장격리용 역경매로 2000t을 판매했다.
RPC를 가동해 현재까지 판매한 물량은 수매량의 33.7%인 3,123t을 보이고 있다.
남보은농협 관계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시장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적자를 줄이기는 불가항력”이라며 “6월말 현재 5억8000여만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어 연말까지는 9~1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향인들이 고향사랑의 마음으로 보은쌀을 구매해주시고 군민들도 출향인들께 고향 쌀 보내기 운동이라도 해 줬으면 한다”는 말로 어려움을 대변했다.
이처럼 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쌀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2.9㎏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30년 전인 1985년 (128.1㎏)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 감소에 비해 쌀 생산량은 별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쌀 생산량은 2005년 477만t이던 것이 2012년 401만t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433만t으로 다시 늘어나 10년간 9.2% 감소하는데 그쳤다.
2005년 1인당 쌀 소비량 80.7㎏에서 2015년 62.9㎏으로 22%나 크게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쌀 소비량은 크게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소폭 줄어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보은농협이나 남보은농협은 최근 몇 년간 RPC로 인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왔다.
농협은 그동안 시장 흐름과 달리 조합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원료벼 매입가격을 결정해왔다.
농협에 관심 있는 조합원들은 농협경영이 어려워진 가장 큰 원인으로 RPC사업을 꼽고 있다. 다른 사업에서 벌어서 RPC사업적자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원들 대부분이 벼농사를 병행하고 있지만, RPC사업으로 큰 폭의 적자를 계속해 보는 것은 주 소득원이 과수, 축산, 인삼, 원예인 농가들 입장에서는 큰 불만"이라며 "우리의 자산이 벼 재배 농가들로 인해 축나고 있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라는 불만을 표하며 RPC사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벼 생산농가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벼 생산비는 10년전보다 20~30% 높아져 있는데 비해 벼 수매가격은 10년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벼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인 것이 벼 재배농가들의 입장이다.
사상최대의 RPC사업적자가 예견되는 군내 두 농협이 쌀값하락이라는 풍랑을 어떻게 헤쳐갈지 주목된다.
/나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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