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이 물품 서비스 주고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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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이 물품 서비스 주고받자
  • 송진선
  • 승인 2001.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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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의 구조조정이 그렇고,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그렇고 시장의 대형화가 그렇고 적은 규모로서는 승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져 가고 있다.

실 거주 인구 4만명 남짓 밖에 안되는 보은에도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창고형 대형 매장이 늘어나고 있고 주민들은 너도나도 이들 대형매장으로 몰린다.

반대급부는 생각도 않는다. 우리 이웃집의 구멍가게 하루 매출과 대형 할인매장의 10분 매출이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

구멍가게는 살길이 없고 전업을 모색해야 할 정도다. 그 구멍가게 주인이 아무리 친절하고 또 상품을 깨끗하게 진열하고 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불빛이 번쩍뻔쩍하고 이것저것 한꺼번에 다갖춰놓고 있는 대형 할인매장으로 사람들이 점차 발길을 돌린다. 결국 우리 이웃집에서 껌을 팔고 과자를 팔아 연명을 하던 주민들이 서서히 몰락해 가고 있다.

지역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시대흐름이라고 하기에는 지역의 사정이 너무 열악하다. 장날이면 뜨내기 장꾼들까지 모여들어 보은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 따라서 지역 주민도 살고 지역 재래 상권도 살리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홍성에서는 대안으로 돈없이 물품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지역화폐운동을 벌이고 있다. 즉 미용실 주인이 쌀 가게 주인에게 쌀 한 말을 받았다. 그러나 미용실 주인은 쌀 한말 값의 돈을 건넬 필요가 없다.

이웃집 주부의 머리손질을 해줌으로써 쌀 값을 대신한다. 머리손질 서비스를 받은 주부는 전파상 집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것으로 머리 손질 값을 갚고 전파상 주인은 쌀 가게에 전기시설 보수 공사를 해준다.

이같은 지역 화폐운동은 이미 1983 캐나다 마이클 린튼이 발안, 뱅쿠버의 코목스 밸리라는 곳에서 처음 시도한 후 영국, 호주 등에 이어 최근에는 우리나라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은 지역통화 시스템의 화폐단위를 나무, 드림 등으로 표기하고 있고 홍성에서는 나눔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단위 현금 중심의 경제질서가 낳은 폐해를 극복하고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지역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게 지역 화폐운동으로 지역 공동체 복원, 인간 중심의 경제체계, 지역 자립형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것이다. 주민들이 받아들이기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또 화폐가 거래의 기초가 되는 지금 현실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이글을 읽자마자 미친 짓이라고 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보은의 돈이 외지로 유출되고 외지에 있는 돈이 보은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파탄날 지경에 이른 지역 주민들이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이 방법이 살 길일 수도 있다.

상인도 외지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장사를 하고 공무원도 외지에서 출퇴근 하고 많은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현 상황에서 지역살리는 방안으로 지역 화폐 운동도 한 번 고려해봄직 하다.

<그래도 보은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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