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한평반 공간이지만 세상살이의 축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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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한평반 공간이지만 세상살이의 축소판이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6.07.07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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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사람 - (사)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보은지회 고내원 운영위원장
한가지 일을 평생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젊은 층의 취업난, 잦은 이직으로 평생직업의 시대는 사라지지고 있다. 화물차 운전기사를 시작으로 40여년을 택시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1983년 모범운전자 창단맴버로 보은의 대소사, 인생의 희노애락을 들려주었다. 꾸준하고 무던한 성격으로 한평반의 작은 공간에서 40여년을 운전기사로 일해온 고내원 모범운전기사를 만나 보은의 이야기,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편집자 주>

▲ 전국모범운전자 연합회 고내원(70) 운영위원장.
“손님의 기분에 내 기분도 좌지우지”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다 1983년 모범운전자회가 창단멤버로 택시운전을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오는 손님, 내리는 손님만 오셔다 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말로 다하지 못하는 희노애락, 보이지 않는 감정이 수없이 바뀌고 변화를 느끼는 공간이 한평반의 택시입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푸념을 늘어놓는 사람에게는 말 대답으로 기분을 맞춰져야 하고 자칫 감정이라도 상하면 친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야할 택시비도 어렵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기분좋은 손님이 타면 같이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런 손님보다는 택시를 타는 손님들은 대부분 안좋은 소식, 바쁜 일정에서 택시를 타기 때문에 마음 편한 손님은 많지 않습니다. 손님 대부분이 타자마자 던지는 말이 “아저씨 빨리 가주세요” 급한 손님이 타면 저도 급해집니다. 이런 손님은 말도 함부로 했다가는 본전도 못찾는게 대부분입니다. 10명의 손님중 9명은 바쁘거나 불행한 일로 택시를 타기 때만에 평안한 손님이 아니어서 제 마음도 손님에게 동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손님의 기분에 따라 내 기분도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는 감정노동자(?)입니다.

“기사양반 아닌 사장님, 기사님이 좋아요”
처음에 택시 일을 시작할 때는 대부분의 손님이 ‘아저씨’ 라고 불렀습니다. “아저씨 빨리 가주세요” 라는 말이 다반수였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사장님, 내지는 기사님 이라는 호칭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저씨보다는 사장님, 기사님 이라는 소리가 좋아졌지만 아직도 ‘기사양반’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쁜 단어는 아니지만 ‘기사양반’ 이라는 의미는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그냥 기사님이라는 말이 편하게 들립니다.
8~90년대만 해도 마땅히 할 직업이 없으면 “택시기사라도 하라” 는 말이 사회통념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어서인지 직업중에서도 하찮은 직업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1983년 모범운전자회가 창단된 이후 이러한 사회통념을 깨고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헌신과 봉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서 택시기사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은군에 모범운전자회가 창단될 당시만 해도 16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택시, 버스, 화물차등 6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국 모범운전자는 도로교통법시행령 제70조 규정에 10년이상 무사고운전 또는 유공자운전자의 표시장을 받은 자로 경찰서장의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되어 출 퇴근 시간에 교통보조근무 및 거리질서 홍보활동 및 교통 안전캠페인을 전개함으로써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발전과 선진교통질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설립된 봉사단체입니다.

▲ 40년 택시운전을 하면서 8번째 택시와 함께한 고 위원장.
없어서는 안될 지역사회의 봉사자인 모범운전자회
전국 모범운전자 연합회는 전국시도에 16개 지부, 255개 지회에 약 48,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지역사회 발전과 교통질서 확립을 위한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봉사단체로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으로 교통경찰업무, 보조근무 및 각종 캠페인, 거리질서홍보활동 외에도 수험생 수송 작전, 환경보호운동, 어르신 효도관광 등 봉사 및 사업을 하는 단체입니다.
1995년 전국 모범운전자연합회 보은지회장을 맡았던 해에 전국 모범운전자충북연합 교통가족 체육대회를 유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당시 시단위에서 개최하던 체육대회를 보은군에서 개최하면서 열악한 지역 환경이었지만 회원들의 단결과 부녀회원들의 열의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들이 단합, 하나가 되도록 이끌어 보은군 모범운전자회장을 맡은 것은 지난 1993년부터 2년이라는 임기에서 연임하면서 회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모범운전자회의 창단을 시작으로 저의 40여년간의 운전 경력은 이제 아저씨 아닌 기사님, 사장님 이라고 불리워지는 사회인식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도로위의 신사가 이젠 할아버지 기사님으로
한참 잘나가던 시절에 저의 별칭은 ‘도로에서의 신사, 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였습니다. 택시 기사들이 대부분 시간이 돈이고 하루 수입에 따라 집안 경제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돈 욕심이 없으면 택시를 계속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입보다는 생각할 돈이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가끔 공짜로 태워줘 고맙다는 소리도 듣고 있습니다. 제 성격탓인지 느긋하고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어 무사고 30년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일은 1995년 설날 연휴때 수한면에서 음주운전으로 차량이 전복, 임산부까지 낀 부상자 5명을 무사히 구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모를 청주까지 이송하면서 큰사고 없이 무사히 사고처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2010년 산모를 태우고 병원에 가던중 택시에서 애기를 낳는 일이 있었습니다. 병원은 멀고 집에 있던 부인과 애기를 낳던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산모가 어려운 형편이라 출산후 육아용품을 구입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육야용품을 사다준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돈으로 연결되는 택시기사라는 직업이지만 돈보다도 어렵고 불행한 일을 보면 못본척 할 수 없는 천성탓인지 40여년간 택시운전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책으로 써도 한권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에게는 천직이지만 40여년의 세월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려울때마다 천직으로 생각하고 지역사회의 봉사자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항상 되세겨주고 있습니다.
한편 고내원 위원장은 1970년대 화물차 보조역, 즉 조수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1983년 개인택시 모범운전자로써 택시를 운전하고 있어 지금도 운전은 천직이라고 여길 정도다. 옥천군 청산이 고향이지만 바로 옆동네 였던 삼승면 원남리에서 생활해 이제는 원남이 고향이라고 여기는 있는 고내원 위원장은 부인 박정희 여사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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