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마음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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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마음을 담다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07.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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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참 빠르다. 어제가 새해 첫 날 같았는데 벌써 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정말 무섭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세월의 흘러감은 인간이나 자연에게도 변화를 주는 것 같다.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설악산 대청봉을 갈 기회가 되었다. 가족들은 내 나이에 무리한 산행이라며 말렸지만(갔다 와서 아프다 소리 안 하기로 약속함) 미루면 정말 못 갈 것 같아 강행하기로 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와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속으로는 걱정을 했지만 다른 이들과 함께 가는 길이기에 용기를 갖고 출발 했다.
이번 산행은 중국 장가계와 곤명을 다녀 온 후 중국 관광지에 펼쳐져 있는 기암괴석을 품고 있는 산과 계곡의 웅장함과 엄청난 관광객을 보고, 많은 관광수입을 앉아서 얻는다고 부러워했던 나의 생각을 저 멀리 날려 버리는 참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 전 우리 것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말이다.
내설악 백담사 계곡
30여년전에 백담사에 갔을 적 좁은 산골길을 산골짜기의 다람쥐와 함께 6km정도를 걸어 한용운 선생님의 기념관에서 ‘님의 침묵’을 감상하며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음미했던 일과 백담사 앞 계곡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며 계곡물에 뿌리를 박고 있는 소나무의 멋진 자태에 감탄했던 기억 그대로 백담사는 지금도 변함없이 순례자들과 등산객들을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로 우리들을 맞이하였다. 계곡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의 아름다움을 일본인들이 짓밟는 모습에 한용운 선생님은 침묵으로 대항한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백담사를 지나 봉정암 가는 길
설악산 탐방지역을 지나 숲속의 길은 내 마음의 힐링 숲이 되었다. 2005년 강원도의 큰 수해를 복구 할 때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잘 다듬어 놓은 등산길은 주변의 산세를 감상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조급한 마음을 멀리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봉정암 가는 길은 중국의 장가계와 견주어 손색없는 풍경이었다. 기암괴석과 잘 어우러진 나무의 모양과 계곡 속의 물소리는 시인이나 화가가 아니더라도 한 수 읊고, 그리고 싶은 풍경이었다. 중국 자연의 웅장함은 인간을 작게 만들지만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멋진 우리의 자연은 인간과 함께 동행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한밤의 봉정암 하늘은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 내 머리위에서 별이 뚝뚝 떨어지는 환상과 별들의 반짝임은 내가 어렸을 적 고향과 속리산 수정봉 아래 수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윤동주 선생님의 ‘별 헤는 밤’을 읊게 했던 하늘이었다.
소청봉을 거쳐 대청봉 가는길
봉정암에서 소청봉 가는 새벽길은 힘도 들지만 내 마음을 정화 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잘 한 일은 무엇이며 잘못한 일은 무엇인가? 40여년 아이들을 위해서 한 열정이 모두 긍정적인 일이었던가? 열정과 욕심만 으로 귀한 아이들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은 없었는가? 귀찮다고 적당히 한 일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생각에 힘든 비탈길도 이길 수 있는 산행이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동해바다는 또 어떤가? 푸른 꿈을 꾸려면 높은 산에서 넓은 바다를 바라보라는 인생 선배님들의 말씀이 절로 생각났다. 학창 시절 유행했던 ‘고래사냥’이라는 노래와 멋진 설악산에서 아름다운 경포대가 나오는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천불동 계곡은 비선대에서 대청봉까지의 9km의 계곡으로 설악골계곡이라 부르며 설악산의 아미가 아닌가 싶다. 하늘을 떠받드는 기암괴석과 산봉우리, 골짜기마다 걸린 수많은 폭포, 가뭄이 계속되지만 거울보다도 맑은 연못이 어우러진 절경은 여름의 푸른 숲과 잘 어우러진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임에 틀림없다.
인생 60에 설악산에 마음을 담고 대청봉을 다녀온 후 설악산의 원시적인 자연을 그대로 내 품에 안으며 인생은 참 긴 것 같지만 짧은 것임을 느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누가 빨리 올라가느냐의 빠름만으로 승부를 가리지 말고 토끼는 빠르게 올라가 정상에서 사방을 바라 볼 수 있음의 장점을, 거북이는 천천히 주위 환경을 감상하며 올라감에 그 장점을 보며 삶의 강약을 조절해 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싶다.
아! 설악산 대청봉에 가지 않았으면 후회 할 뻔 했다. 갔다 온 사람만이 기쁨을 만끽 할 수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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