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은농협, 숲은 안보이고 나무만 보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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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은농협, 숲은 안보이고 나무만 보려는가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06.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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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은농협이 인사교류 후폭풍에 휩싸였다. 노조가 ‘특혜인사’라며 상임이사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해임안이 대의원총회에 상정돼 귀추가 주목된다. 남보은과 보은농협은 지난 4월 1일 인사교류를 실시했다. 입사 3년 차인 보은농협의 직원 P씨를 남보은으로 발령을 냈다. 대신 입사 2~3년 된 직원을 보은농협으로 전출시켰다. P씨는 이후 20일 만에 남보은에서 청주시 남이농협에서 근무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P씨는 남보은 상임이사의 아들. P씨를 남이농협으로 보내기 위해 지역농협 간 인사교류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보은은 시군 간에도 인사교류를 할 수 있는 반면 보은농협은 군내 교류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사는 결국 P씨를 남이농협으로 보내기 위한 편법 인사교류였다는 시각이다. 남보은은 이 일로 이사회를 열고 상임이사에게 정직 1개월이란 징계를 내렸다.
보은신문은 지난 16일과 23일 두 차례 ‘남보은농협 인사교류에 홍역’ ‘남보은노조 대의원총회 요구’란 제목으로 기사가 나간 뒤 3통의 전화를 받았다. 하나는 “인사교류 과정에서 노조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조가 아닌 대의원이 총회소집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전화는 “직원이 임원의 해임을 요구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해임 안이 관철되면 파산서명운동에 돌입하겠다”는 알림이었다.
남보은은 7월1일 상임이사 해임 안건을 놓고 대의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정원 117명 중 과반 이상 참석에 2/3이상이 찬성하면 상임이사는 해임된다. 2년간 출자배당도 못한 조합인데 총회에 들어가는 비용(대략 1500만원)은 누가 책임지며 바쁜 농사철 소집임을 감안하면 씁쓸한 면도 없지 않다. 어쩜 상임이사 해임을 두고 시일을 끌며 헛된 힘을 빼기보다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게 잘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대의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조합원의 이목이 1일 열리는 총회로 향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안을 두고 이해 못 할 구석이 적지 않다. 먼저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행보다. 대의원의 말이다. “이사회는 상임이사에 대해 한 달 직무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러다 총회에 이 문제를 다시 상정시켰다. 이사회는 당초 표결을 통해(10-4) 이 문제를 부결했음에도 번복하고 총회에 올렸다. 이사회가 일사부재리의 상식을 깨고 상임이사를 이중으로 심판하려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이사회 의결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은 조합원의 말이다.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조합원이 조합장과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은 이사를 선출한다. 그런데 직원이 선출직 임원에 대해 사퇴 압력을 가하는 것은 경영권 간섭이며 경영진을 무력화시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또 임원이 직원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인사권자인 조합장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 사안이 불거진 것은 P씨가 상임이사의 아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상임이사라는 자리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교류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노조도 과유불급이다 도로 곳곳에 무수히 내걸린 현수막만 보더라도 지나침이 없지 않다. 오비이락일진 모르겠으나 때마침 단체협약을 앞두고 문제가 확산됐다. 집행부를 무력화시키고 노조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것으로 몰아가도 그리 할 말이 없어 보인다.
남보은이 숲을 봐야할 시기에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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