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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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을 찾아서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6.06.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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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일이 있어 나가봐야겠다고 하였더니 뭐가 바빠서 그렇게 매일 나가느냐고 하며 그렇게 나다니면 돈이라도 벌어 와야지 그렇지도 않으면서 남이 알면 큰 돈 벌어오는 줄 알겠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돈 버는 것과는 젊어서도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더구나 이제 와서 돈을 벌기는커녕 함부로 쓰고 다니지만 않아도 좋겠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내로선 잘 다녀오라는 말을 그렇게 대신 하는 것이다. 아내 말대로 뭐가 그렇게 바쁜 것은 아니지만 쓸데없이 다니는 것도 아니니 그래도 늙어서(아직 늙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할일 없이 사는 것보다는 나도 할 일이 있으니 행복하다는 생각에서 아내의 대답이 싫지는 않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이든 일을 해야 하고 또 그렇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살아가는 기본 원리인 것이다. 구약 성서의 창세기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으로 하나님만의 절대 영역인 선악을 분별 할 수 있는 열매를 먹음으로 죄를 범하게 되고 그 벌로 아담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수고함으로 살아야 했고 하와는 출산의 고통을 안아야했다. 여기에서 아담은 히브리어로 사람을 뜻하며 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아담의 후예로서 원죄를 짊어지고 태어났기에 일의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 창조주의 뜻을 따르는 것이며 본연의 숙명이고 의무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기에 어찌 생각하면 원죄에 따른 형벌이 너무 가혹 하다고 할 수 있겠어도 그러나 한 편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 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최상의 가치를 이루는 것이기에 오히려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일이라고 하면 그 영역이나 뜻이 광범위 하여 말로 분명히 표현 하기는 어려워도 어느 무엇을 이루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라 하겠어도 직업이란 대개가 생계를 위한 수단의 노동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기에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직업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직업이 싫든 좋든 그 하는 일이 자신의 인생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구는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선택하여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가 하면 누구는 먹고 살기 위해 마지못해 하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이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일을 찾지 못 해 애타는 이들도 많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가 청년 실업을 고민하고 또 백세 시대라 하여 늘어나는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가의 큰 부담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할 일이 있는데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타의 몸체에 붙어 살아가는 벌레를 기생충이라 하듯이 자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기생하려는 이들이 늘어난다 하여 캥거루족이란 신조어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일에 열중하는 사람, 즉 공부에 열중하는 사람을 공부벌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책벌레라 하고 일에 열중하는 사람을 가리켜 일벌레라고 하는데 뜻밖으로 일벌레의 대명사인 개미나 꿀벌도 먹을 것이 많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들은 얘기다. 어느 양봉업자가 호주를 갔는데 그 곳의 광활 대지에 꽃이 널려 있는데 아무도 벌을 키우지 않아 양봉을 하면 돈을 벌겠다 싶어 꿀벌을 놓았더니 처음 며칠은 생각대로 꿀을 많이 물어왔는데 그 후로는 꿀을 물어오지 않아 알아보았더니 벌들도 언제든지 필요한 양식을 구할 수 있는 것을 알고는 일을 하지 않더라는 얘기다.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일이란 생존의 문제였기에 도둑질 빼고는 무슨 일이든 하라고 하였는데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누가 경제적 여유도 있어 생존의 문제가 없는데 왜 무엇 때문에 구태여 일을 하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어도 무위가 타성에 젖어버리게 되면 이 또한 불행이라 여겨지는데 한편으론 그렇게 여유(?)롭지 못한 나의 궤변이라 비난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 그들의 일이 듯이 나도 노인들에게 조금의 봉사라도 하며 노년을 돕는 일을 비롯해서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부지런한 일꾼은 없는 일도 찾아하고 게으른 일꾼은 있는 일도 하지 않듯이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좋은 일꾼이 되려고 나의 일을 찾아 하루를 시작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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