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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6.05.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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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걱정 아닌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는데 그 이유를 이야기 하면 좀 우스운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좀 해야 될 것 같다.
거의 평생을 살아 온 우리 마을은 모두가 이웃과 마찬가지이지만은 우리 집은 마을 끝에 있어서 그래도 이웃집이라고 하면 혼자 살고 있는 친척인 노파 한 분으로 구십이 넘은 고령이여서 찾아가지 않으면 서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어려운 형편인데 오히려 자주 찾아오는 그 아들네들이 말동무가 되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 지난 해 초에 우리 집 길 건너 바로 맞은편에 있는 밭이 매매 되었다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더니 초가을께 부터는 주택 업자인지 토지를 분할 측량을 하고 나서는 다섯 채의 집을 쌍둥이처럼 나란히 지어서 지금은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있다. 그래서 가끔 씩 집을 보러 오는 이들이 있어 한두 채라도 분양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까닭에 내가 걱정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이웃으로 올까 하는 것이다. 옛말에 이웃사촌이라 했고 또 먼 사촌보다도 이웃사촌이 더 가깝다고 했는데 그러기에 이웃은 그렇게 가까워야 하는데 그래서 좋은 분들이 이웃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금은 걱정도 되는 것이다. 물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듯이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 주어야 나도 좋은 이웃을 얻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나 역시 그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못 되는 위인이라서 얼마나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 줄 런지도 모르고 또 그런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그 네들이 살아온 습관이나 생활 방식으로 개인주의 사고에 닫혀 있으면 그 마음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들은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불과 서너 발짝 앞에 있는 앞집의 얼굴도 모르고 살고 있어 이웃이라는 개념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내가 걱정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오래 전 이야기 이지만 큰 아이가 결혼하고 아파트로 처음 이사 하였을 때 아래 위 층에 떡을 조금 씩 나누어 준 적이 있는데 그 때 아내가 돌아와서는 어떤 사람이 고맙다는 인사도 할 줄 모른다고 투덜거리던 기억을 떠올리면 개인주의 생활에 익숙한 이들에겐 이웃과 어울려 사는 것이 오히려 불편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요즘은 층 간 소음으로 이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서로가 조금만 배려하고 이해하면 될 일인데 왜 그러지 못하고 인색함에 갇혀 살아가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청주에 자주 다니기에 가끔은 아이들 집에 들르는데 마침 한 번은 젊은 부부가 음료수를 한 박스 사가지고 와서는 위층에 새로 이사를 왔는데 아이들이 어려서 그러니 좀 시끄럽게 해도 양해 해 주십사 하고 부탁을 드리려 왔다기에 나는 찾아 준 것이 오히려 고마워 아이들은 다 그런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다만 잠 잘 시간만은 조심 시켜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돌려보낸 적이 있는데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라면 이런 일들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도시에서 시골로 오는 이들도 마을 안으로 오지를 않고 그래도 멀리서라도 사람은 보아야겠는지 마을 외곽에 외따로 집을 지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이들 대부분은 마을 사람들과 단절 된 생활을 하고 있어 이웃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다. 산업 사회가 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은 물론 인심까지도 변했기에 이웃을 모르고 살아도 괜찮은 세상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누가 이사를 가게 되면 온 마을이 전송을 해 주고 누가 이사를 오면 온 마을이 반겨 주고 그리고 어느 집에 경조사가 있게 되면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 우리네 살아가는 방법이기에 이러한 사회적 원리를 모르는 이들은 낯선 이방인 일 수밖에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알아 온 이웃은 정이란 말의 대명사와도 같았다. 얕으막한 돌담이나 울타리로는 이웃 간의 정이 항상 넘나들었다. 때론 감자나 옥수수를 삶은 바가지가 오가고 비오는 여름날엔 정구지(부추) 부침개를 넘겨주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설 같이 오가던 이웃이 생각나기에 이런 이웃 까지는 못 되더라도 내가 걱정하는 것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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