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마을은 절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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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은 절친이다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05.12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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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이 계절의 자연은 왕성한 자람과 농익는 성숙한 힘이 있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이와 같이 자람의 시기와 맞물려 행복한 시기가 있다. 12개월이 되면 걸음마를 해서 행복하고, 24개월이 되면 치아가 나 행복하고, 8살이 되면 학교 가서 행복하고, 30살이 넘으면 돈을 벌어서 행복하고... 이렇게 시기에 맞게 부지런히 자라야 노년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한다.
숲속에 나무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민낯으로 인간을 맞이하고 울타리의 줄 장미는 빨간 색으로 향기를 품고, 아카시아는 우리들에게 향기와 꿀을 주기 위해 하얀 꽃송이를 늘어뜨린다. 이렇게 자연은 풀과 나무, 꽃들이 서로 어울려 종족 보존은 물론 동물들에게도 삶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은 어떤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보다는 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먼 훗날 후손을 생각하기 전 지금의 편안함과 경제적 이득만 따지는 아주 못 된 행동을 하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자연의 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과학의 발달로 노령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초등학생은 바닷물의 썰물 빠지듯이 팍팍 줄어드는 요즈음 시골 학교 문제도 뜨거운 감자이다. 학교를 폐교하려니 마을이 함께 없어지고, 학교를 살리자니 너무나 큰 경제적인 문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모두가 걱정이다. 귀촌과 귀어를 적극 권장하지만 그 사업도 다 경제적인 문제가 따름에 마음이 안타깝다. 제1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콩나물 교실에서 2부제 수업을 하여 교육의 질은 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시간과 등하교 시간만은 행복 그 자체였다. 마을과 함께 잔치를 하는 학교 행사를 지금 생각해 보면 나눔과 배려와 소통의 마당이었다. 그 마당이었던 대표적인 학교 행사가 운동회와 소풍이다.
초등학교의 운동회 날은 학구내의 잔칫날이 되었다. 농사일에 바빠 학교를 못 올 형편이지만 운동회 날만은 귀여운 자녀들과 함께 어우러져 놀며 교사들과 상담을 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오전 경기를 마치고 나무 그늘을 중심으로 마을별 학급별로 먹는 점심시간은 소통과 화합의 시간이었다. 먹을 것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지만 농사를 지어 가져온 고구마, 찐빵, 삶은 밤, 침담은 감 등은 어찌나 맛있던지..... 며칠씩 연습한 단체 무용이나 짝 체조 등은 부모님 앞에서 자랑하는 최고의 종목이었다. 동군 서군 나뉘어 협동심을 알아보는 줄다리기는 지금도 운동회의 단골 종목이다.
지금은 자동차의 발달로 등하교도 자동차로 하여 학생들의 체력이 약해져 걱정 일뿐만 아니라 가까운 거리도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차를 임차하여 가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소풍이라 하면 4-6km를 오가며 우리 고장의 자연과 지형을 보면서 동요를 부르며 가는 길은 힐링 그 자체였다.(물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먼 길을 도착하여 먹는 짱아지와 단무지로 싼 김밥은 부모님 사랑의 만찬이었으며, 보물찾기는 최고의 행운을 잡는 시간이었다. 문득 루쉰의 고향이라는 책에서 읽은 희망이란 문구가 생각난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가슴에 새겨지는 말이다. 지금 시골학교에서 겪는 작은 학교의 문제도 학교와 마을은 절친임을 알고 서로 상부상조하면 시골학교가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이 먼저 지나가 길을 만들 듯이 누군가의 노력과 봉사가 이루어지면 희망이라는 행복주머니가 만들어져 커 가고 있음을 학교와 마을이 같이 느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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