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항건천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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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항건천을 생각하다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04.1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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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로 들어오는 봄볕이 마음도 따스하게 해주는 내 방에서 운동장을 바라보니,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정겹고 활기차게 느껴진다. 시골의 운동장에서 느끼지 못한 행복감이다. 운동장을 메운 아이들은 미끄럼틀, 늑목, 정글짐에서 노는 모습이 나의 모교와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충북에서도 손꼽히는 학생 수와 각종 대회에서 학교의 명예를 떨치던 학교였다. 이 학교를 지나칠 적마다 시골 학생 수 감소로 활기를 잃어 가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아버님을 비롯하여 우리 7남매가 자라고, 교육 받고, 이웃?친지들과 함께 생활하였던 항건천을 생각하면 고향에 대한 반가움이 생활의 활기를 준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가는 길은 정말 즐거운 길이었다. 이웃집 친구들과 항건천을 따라 난 길에 마을의 이름이 새겨진 깃발을 들고 일학년을 맨 앞줄에 서고 6학년 선배들이 뒤에서 돌보며 십리 길을 가는 길은 협동과 보살핌의 표출이었다. 이렇게 줄을 서 교문에 들어서면 각 향우반 선생님들께서 우리를 반기는 모습이 그리움에 아련히 떠오른다. 하교 길은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달라 같은 학년끼리 했다. 무더운 여름 신작로는 덥고 지루하여 우리들은 장신리 다리 밑으로 들어와 비룡수 마을 앞으로 흐르는 항건천을 따라 물고기와 올갱이를 잡으며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야 집에 오곤 했다. 고향을 생각하며 운동장을 바라보니 화단의 노란 개나리와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옴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무심천의 벚꽃이 피고 보청천과 항건천을 따라 심어진 벚꽃이 활짝 피어 우리들의 마음도 활짝 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교문 앞으로 지나가던 4.13 선거 유세차가 한 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번에는 꼭 값진 권리를 행사 해 달라고 음조를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선거를 할 수 있는 투표권이 생긴 이후로 빠짐없이 투표하면서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단체장들에게 나의 생각을 대변 해 줄 거라는 막연한 생각과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교과서적인 생각으로 권리를 행사했지만 작은 소견으로도 마음에 차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얼굴이 서지 않는 행동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며 다음에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에서 한 표를 던져야 할 것 같다. 정말 서민들이 바라는 일꾼들은 어떤 사람일까?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한 표를 주면 어떨까?
살맛나는 마음을 길러주는 사람을 찾아 한 표를 주자.
99%에 해당하는 서민들은 막강한 권력이나 갑작스런 부자보다는 본인들이 노력하여 직장에서 인정받고 작은 집을 구하여 가족들과 알콩달콩 지내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서민들이 노력의 보답을 받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할 사람에게 한 표를 주면 정말 좋겠다.
작지만 실천 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한 표를 주자.
매일 수도 없이 보도되는 부정부패에 대한 사건들, 특히 국민들이 뽑아 준 일꾼들이 저지른 부정은 참기 어려운 일이며, 일 할 힘을 마귀처럼 빼았는 마약 같은 존재이다. 선거철만 되면 공천을 받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재선거를 해야 하는 원인을 제공하는 후보들, 세금 포탈, 음주 운전 등으로 지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일꾼이 된다고 나서면 낙방의 맛을 주어야 한다. 작은 일도 실천하며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 줄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한 표를 주면 정말 좋겠다.
거창한 스펙을 가진 사람보다 책임과 의무를 실천한 사람에게 한 표를 주자.
모든 국민이 빨리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다. 잘못된 교육열 때문에 사교육비가 너무 많고, 내면보다는 명함이나 보고서에 쓰기 위해서 봉사활동이나 단체장을 맡는 사람은 정말 도태시켜야 한다. 말없이 봉사하며 자기의 책임과 의무를 실천하는 가장 보편적이지만 본받아야 할 사람을 골라 한 표를 주자. 그러면 후손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싹을 틔워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내가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지금 자라고 있는 손자 손녀들이 훗날 고향을 그리워하고 항건천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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