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
상태바
기분 좋은 날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6.03.31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 일기 예보에서 꽃샘추위라고 하기에 봄 시샘을 또 얼마나 할까 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그 도 그럴 것이 이젠 3월도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말이 꽃샘추위지 봄기운 앞에서는 염치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3월 한 달은 봄도 더디 오면서 유난히 시끄럽고 어수선 하였던 것 같다. 정치라는 것이 언제는 조용했으랴 만 지난겨울보다도 더 차가운 남북 관계는 봄기운도 무색 할 만큼 대치 국면에 있고 총선을 앞둔 정치 판 역시 조용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새봄을 맞으려는 마음들에게는 방해꾼 노릇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가 되니 겨울철은 비켜 설 줄도 알고 물러 날 줄도 아는데 한번 권력이나 명예욕에 젖어버린 사람들은 마치 내가 아니면 대한민국이 망하기나 하는 것처럼 물러 날 줄 모르고 아귀다툼 하는 행태들을 보면서 궤변일지는 몰라도 그런 것 모르고 살아가는 바보 같은 우리네 삶이 오히려 행복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조금은 쌀쌀한 듯해도 화창한 날씨다. 청소를 하려고 커튼을 저치고 창문을 여니 상큼한 햇살이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들어와 거실을 가득 채워주며 꽃망울을 맺고 있는 나뭇가지마다에서 들려오는 물오르는 소리도 들어보란다. 지나다가 뜰에 머물고 있는 소슬바람 같은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소리에 귀 기우려본다, 날마다 푸르름을 더 하는 앞산을 바라보며 이불을 거두어 들고 나가 마당 빨래 줄에 널고는 막대기로 두드려 먼지를 털어내면서 내 속에 쌓인 먼지도 함께 털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가끔 씩은 아이들이 올 적마다 대청소를 해 주기도 하지만 원래가 청소는 내 당번이라서 거실과 주방 화장실까지 집안 청소를 하고나니 이젠 창문을 닦을 차례다. 양동이에 물을 담아들고 가서는 창틀에서 방충망을 떼어내고 보니 겨우내 쌓인 먼지가 보통은 넘는다. 진공청소기로 제거 한 다음 창문을 닦고 창틀 청소도 마치고나서 딸아이가 사다 준 방향제를 뿌리니 집안이 향기로 가득 하다,
수고하였다며 아내가 점심상을 차려주면서 이야기 한다. 다음 장날에는 살구나무와 꽃나무 몇 그루를 사다 심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지난 해 이 맘 때에도 묘목을 사려고 장엘 갔었다. 그 때도 아내는 화분 꽃을 사겠다며 시장 안으로 갔고 나는 과일나무를 사기 위해 묘목 파는 곳을 찾아 가서 과일나무 몇 그루와 꽃나무를 고르고 값을 물었더니 생각 보다 비싼 것 같아서 좀 덜 받으시면 안 되겠느냐고 하면서 돈을 건넸더니 품종이 좋은 것이라 그렇다고 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무엇이든 우선 깎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농을 하기에 나도 대꾸하기를 그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 상거래 방식이 아니냐고 했더니 나도 보은 사람인데 지방분에게 비싸게 받겠냐며 연배도 위신 것 같으니 점심 값이라며 만원을 돌려주면서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지방 사람이라는 믿음과 구수한 입담이 마음에 든다며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는 주차 해 둔 곳으로 오니 아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리 건너편에서 매실 묘목을 나누어 준다니 가보라고 하여서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묘목을 받아가고 있다. 공짜로 받아간다는 것이 미안 했어도 몇 그루 받아오니 아내가 매실이 맞느냐고 하면서 그러지 않아도 매실 묘목도 살까 했는데 잘 되었다고 좋아 한다.
그렇게 하여서 작년에 사 온 과수 묘목은 마당 앞에 심고 반송 몇 그루와 연산홍은 정원에 심었는데 지난 해 여름 가뭄 탓인지 살구나무와 꽃나무 몇 개가 죽었기 때문에 아내의 주문이 없더라도 나도 그러려던 참이었기에 그러자고 선 듯 대답을 했더니 어쩐 일로 내말을 그렇게 쉽게 들어 주느냐며 뜻밖이란다. 그러기에 내가 언제 당신 말 안 들어준 적 있느냐고 했더니 언제 잘 들어 주었느냐며 언제든 지금 같이만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단다.
그 간 몇 차례 꽃샘추위에 시달리면서도 활짝 핀 봄날이 좋아 아내에게 언제 나들이 한번 다녀오자고 했더니 “또 말로만”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도 어쩌다 말로만으로 되어버려서 하는 소린 줄은 알고 있지만 금년엔 말로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