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상태바
마음의 소리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6.03.24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마다 새 학년도를 시작하는 시업식과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들도 저마다 꿈을 꾸면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요즘이다. 지난 2일 입학식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신입생 대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아지 못할 괴성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난 입학식이 끝나고 담임으로부터 자폐성 정서장애아 현식이 이야기를 들은 뒤, 오랜만에 햇볕 쏟아지는 운동장을 서성이면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아직은 잔설이 얹힌 전라의 모습으로 서 있는 도덕봉 봉오리가 도도하게 웃는다. 머지않아 골짜기마다 불어 내려올 꽃바람 잎바람이 아이들의 마음까지 산란하게 몰고 갈 기세다. 언제까지나 아득하고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서성댈 줄 알았는데, 그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느티나무 빈 가지마다 참새 떼도 우루루 몰려다닌다. 봄 햇살에 나른해진 수목원에는 대지가 흙을 밀어내며 기지개 켜는 소리 가득하고, 망사 너울 곱게 쓴 봄 처녀가 아이들을 불러내느라 분주하다. 여기저기서 울려오는 봄의 소리들로 마음이 소녀마냥 설레고 따사로워지는 요즘이다. 올해도 겨울을 무사히 보낸 모든 이들의 가슴마다 봄은 어김없이 다시 또 찾아왔다. 질척해진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의 해맑은 소리가 나무를 먼저 깨우고, 새싹들을 얼른 틔우라며 봄비 소리도 흔들거리며 지나갔다. 이렇게 만물이 소생하고 회춘하니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도 무지개 빛깔로 깨어나는 요즘이다. 더구나 머릿속에 복잡한 계산이 없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저 봄의 소리는 얼마나 아름답게 들릴 것인가! 학교마다 눈과 귀를 쫑긋거리며 갓 입학한 신입생과 그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교사들의 표정도 참 맑고 정답다. 아이와 담임이 처음으로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은 정녕 말이 필요 없다. 저 봄 햇살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 사랑과 믿음을 교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은 학교나 가정에서 수많은 정보와 프로그램에 장악되어져 작고도 작은 가슴들은 언제나 숨이 차다. 아이들은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으며 대화를 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입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눈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는 상대의 말하는 요지와 기분을 분석하는 특별한 감각이 존재한다. 또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서 차가운 마음이 되거나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감성 활동이 왕성하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마음을 잘 읽기 위해서 귀보다는 눈에 의지하는 특성이 있다. 왜냐면 입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눈빛은 그 사람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차가운 마음으로 위로를 해도 좋아하지 않는 것이나, 따뜻한 마음으로 혼을 내어도 울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들과는 더욱 인격체로 나누는 좋은 대화를 해야 한다. 건강, 행복, 평화, 깨달음, 희망 등 모든 긍정적인 메시지가 마음속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교사나 부모는 분명 일등 어른이다. 우리는 더 큰 교육을 위해서 진실함과 정겨움이 담긴 대화로 신뢰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생겨나는 모든 갈등은 바로 마음의 소리를 외면함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을 활짝 열어 제치면 그 속에 과거도 있고 미래도 다 들어있다. 또한 마음의 각도에 따라서 현실의 상황이 천국이 되거나 지옥이 되기도 한다.
난 학교에서 문제성 아이가 생겨나면 담임교사를 가만히 불러들여 물어 본다 ‘이 아이를 치유하고 도와 줄 선생님에게 아이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시나요? ’ 라고.....
성경에 ‘네 자녀를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고 하면서 ‘네 자녀를 노여웁게 하지 말라. 낙심할까 하노라’는 말씀에도 마음의 소리를 잘 들어 보라는 암시가 있지 않는가!
바야흐로 가지가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의 소리가 합창을 할 4월이 오면, 신입생 현식이 마음의 소리는 무슨 빛깔인지 귀 기울이며 오랜 씨름을 해야겠다.(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