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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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봄에는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03.10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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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만에 아침의 여유를 갖고 베란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겨우내 춥다는 핑계로 물도 잘 주지 않고 남편에게 물 당번을 위임 한 후 거의 무관심 상태에서 따스한 봄빛을 느낀 아침에 말이다. 몇 년 동안 피지 않았던 군자란의 황홀한 주황 꽃잎이 얼굴을 내밀고, 천리향의 하얀 꽃봉오리가 향기를 품고 있음에 문득 여고시절이 생각 나 앨범을 찾았다. 몇 년 전 집수리 할 때 너무 깊숙이 넣어 두어 책상과 컴퓨터를 옮기어 겨우 꺼낸 앨범이 45년 잘 견디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친구들의 모습도 반가웠지만 선생님들의 근황이 궁금하여 여기저기 소식 닿는 친구들에게 다이얼을 돌렸지만 지난 연말 동기 송년회 때 모셨던 두 분의 수학선생님만이 소식을 들을 수 있어 많은 세월의 야속함만이 느껴졌다. 이 빠른 세월을 더 알차게 보내야 하겠다는 다급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생물학적인 나이 듦을 증명하는 현상이리라. 문득 남은 공직생활과 나의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하던 중 언젠가 연수 받을 때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강사님의 이야기 메모가 안경집 명암에 적혀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남보다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하는 아주 평범하지만 소홀히 하기 쉬운 말과 행동이다.
‘나는 네가 정말 좋아’
필자와 세대가 다른 요즈음 시대에 흔히 쓰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진지한 마음에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기는 약간 쑥스러운 말이다. 젊은이들이 연애 할 때나 신혼부부들이 하는 달콤한 말도 좋고, 30-40년을 살아온 중년이나 노부부에게서 들리는 진한 국물이 우러나는 말은 더욱 좋다. 지나가는 말이나 남을 의식하고 행하는 말은 들은 사람이나 하는 사람 모두가 기분 나쁜 일이지만 웃으며 눈을 바라보며 하는 ‘나는 네가 정말 좋아’는 듣고 싶은 말이다.
‘내가 먼저 미소해요’
우리가 흔히 듣는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하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힘들고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웃는 얼굴로 대하면 오해가 이해로 변함을 삶속에서 느끼게 된다. 며칠 전 서울에 사는 여고 동기생 10여명이 속리산에 놀러와 1박 2일을 하는 동안 소원했거나 학창시절에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의 방문과 미소로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모두가 행복을 느끼니 얼마나 좋은가?
‘내가 먼저 인사해요’
아침마다 만나는 직원과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인사 하는 날은 기분도 좋고, 하는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는 것은 몸만 엔돌핀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도 엔돌핀이 나오고 힐링이 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먼저 인사하면 왠지 권위가 낮고, 체면이 깎이는 행동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음에 놀라곤 하지만 좋은 말과 인사는 먼저 보는 사람이 진심으로 하면 좋다.
‘내가 먼저 대화해요’
우리들이 삶을 영위 해 나가는 동안 뜻하지 않게 오해도 되고, 큰 소리도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고 환경이 다른 곳에서 자라 사랑이라는 굴레로 맺어진 부부는 자칫하면 오해가 생기고, 기 싸움을 하며 며칠씩 말을 하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럴 때 상대방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면 얼마나 반갑고 부드러운가? 단단한 나무를 부드러운 대나무가 이긴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우리의 삶도 훨씬 부드러워 질 것이다.
‘내가 먼저 칭찬해요’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며, 심리학자나 교육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며 교육 현장에서 꿈과 끼를 키우는 활력소가 되는 현장을 종종 보게 된다.
아! 봄이 오고 있다. 남쪽에서는 개나리와 매화가 피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학교도 새 학기가 시작되어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봄의 기운을 느끼고 있다. 이 따스한 봄의 기운으로 내가 먼저 미소 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는 생활을 하면 행복이라는 짐꾼이 우리에게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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