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3】
조주차란 조주 선사가 그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차를 즐겼다. 그를 찾아오는 참선 남자들에게 차를 권했으며, 어느 수좌와의 선문답에서 불법의 정수를 물었을 때에, “차를 마시고 가라(喫茶去)”고 대답했다. 이는 화두공안의 하나로 전해지는데, 이로부터 차를 마심이 단순히 물질적 차 마심을 넘어 마음을 깨우치기 위한 참선수행과 관련하여 전승된다. 완당이 초의를 머무르게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두 사람이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눈앞의 잔에 담아 조주차(趙州茶) 마셨더니
부처님 꽃뜻 알고 굳세게 지켰구나
봄바람 어느 곳인들 산집이 아니던가.
眼前白喫趙州茶 手裏牢拈梵志華
안전백끽조주차 수리뢰념범지화
喝後耳門飮箇漸 春風何處不山家
갈후이문음개점 춘풍하처부산가
초의선사를 머무르게 함(留草衣禪)으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북학파(北學派)의 한 사람으로, 조선의 실학과 청의 학풍을 융화시켜 다방면에 걸친 학문 체계를 수립했다. 서예에 능하여 추사체를 창안했으며, 그림에서는 문기(文氣)를 중시하는 문인화풍을 강조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눈앞의 잔으로 조주의 차를 마시고, 손안의 부처님 꽃의 뜻을 알고 굳게 지키네. 외친 뒤 귓문에 물을 따르는데, 봄바람 어느 곳인들 산집이 아니랴]라는 시상이다.
추사와 헤어지면서 초의가 지은 오언대구(五言對句)에는 [가는 연기 옅은 안개, 나무 끝에 번져나고. 흩어지는 먹물 번짐, 그윽하고 해 맑구나]에서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사상이란 표현 알게 한다.
[초의선사가 추사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구도자를 찾아서5}에서 한 시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살아보니 세상은 둘이 아니더라, 차(茶)와 선(禪)이 둘이 아니고, 선(禪)과 시(詩)가 둘이 아니고, 물(物)과 정(精)이 둘이 아니더라. 시와 그림이 둘이 아니고, 물과 불이 둘이 아니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니어서, 세상은 살아 볼수록 더 따뜻하다] 초의선사의 독백을 통해 불이(不二)의 깨달음에 닿고 세상의 모든 변을 여읜 자리 중도에 닿는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위 시에서 보는 손안의 부처님 꽃의 뜻을 알고 굳게 지키는 가운데 봄바람이 스침을 안다. 어느 곳인들 산집이 아니냐고 물어 보면서 두 사람에게 “차를 마시고 가라(喫茶去)”고 말하면서 권하면서 머물게 했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眼前白: 눈앞의 잔. 喫: 마시다. 趙州茶: 조주의 차. 차 이름. 手裏: 손 안. 牢拈: 굳게 지키다. 梵志華: 부처님 꽃. 喝後: 외친 뒤. 耳門: 귀문. 飮箇漸: 물을 따르다. 春風: 봄바람. 何處: 어느 곳. [何]는 의문격 부사. 不山家: 산 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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