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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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전해라
  • 이영란 수정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0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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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1월 초에는 겨울날씨답지 않게 너무 포근하더니 인간들의 방심을 일깨워주려는 듯 자연은 1월의 마지막 주를 추위와 폭설로 대한민국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위력을 발휘하였다. 방송에서는 1967년 이래 가장 춥고 많은 폭설이 내려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룬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의 고마움과 횡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겨울마다 예약 해 둔 제주도를 올해도 못 가게 되어 서운한 마음이 컸지만 눈 덮인 묘봉, 수정봉, 문장대의 아름다운 설경을 보는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추워도 계절의 흐름은 막지 못하는 법이라 입춘이 가까워진 아침에 유난히 들리는 참새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봄이 되면 노오란 꽃으로 벌들을 유혹하고 가을이면 새빨간 열매로 텃새들의 먹이를 제공하는 산수유나무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참새 소리를 들으니 우리들이 자랐을 때의 환경과 비슷한 이야기로 얼마 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종영 된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문득 생각났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 할 수 있었다.
첫째는 주인집과 세 든 사람과의 함께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주인집과 세입자의 자녀가 경제적으로 있고 없음을 떠나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이 형제 자매처럼 잔잔한 일상생활을 담은 이야기도 정겹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 국민들이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대 가족 같은 생활은 나의 향수를 느끼게 충분하였다. 한시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소통과 배려가 되지 않아 일어나는 사건과 비교하면 얼마나 아름답고 훈훈한 동행인가?
둘째는 드라마에 등장한 사람들이 실천한 믿음과 배려, 사랑이 있는 생활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였다. 친구의 아픔을 야단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는 모습, 좋지 않는 병으로 쓰러진 친구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하여 주는 모습, 가난하지만 기죽지 않고 자기의 길을 씩씩하게 개척 해 나가는 모습은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믿음과 배려라 생각한다. 남의 불행과 힘듦은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풍요로움과 행복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는 요즈음 사회에 꼭 필요한 인간관계이다.
셋째, 서울 변두리의 지하 전세방에서 자란 자녀들이 함께 노력하여 명문대에 입학하고 사법고시까지 합격하고 꿈을 키우는 모습들이 우리 서민들의 삶에 희망과 기대감을 주었다. 이런 내용은 요즈음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금수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흙수저를 흙수저라 생각하지 않고 꿈을 위해 나갈 수 있는 도전이 필요한 용기이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학비를 쪼개고 쪼개어 알뜰히 쓰면서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쌓이고 쌓여 남을 도울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이 생기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평소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던 남편도 옛 향수를 생각하고, 아들과 딸들은 부모님의 세대가 그리 고생하였음을 이해가 된다며 약간은 허구이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 열심히 시청한 것을 보면서 같은 생각이 중요함을 실감하였다.
며칠 후 아들이 집을 옮긴다 한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전세금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 둘이서 해결하고 싶다 하면서 결혼 할 때 보태준 적은 돈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히려 부모인 내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한다. 대학 다닐 때 적은 용돈으로 동아리 활동비가 부족하다며 불평하지 않고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가족과 사회에 믿음과 배려, 양보와 사랑으로 함께 가자 전해라. 참새들의 아름다운 합창처럼 짹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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