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 看花吟 / 우헌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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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 看花吟 / 우헌 박상현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01.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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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9】
아무리 보아도 꽃은 향기를 뿜어내어 좋고, 그 빛깔이 고와서 좋다. 그래서 꽃은 예나 이제나 시인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어디 시인가객 뿐이랴. 필부와 아낙의 깊은 시름과 위안을 꽃에 의지했고, 꽃을 가꾸는 신선한 마음을 간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꽃의 겉모양만 좋아하고 꽃이 피는 원리를 보지 못한다. 꽃의 생명 이치를 바르게 보아야만 꽃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청껏 하소연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看花吟(간화음) / 우헌 박상현
사람들은 눈에 보인 꽃모양만 좋아하고
어떻게 꽃이 되는지 진정으로 볼 줄 몰라
꽃 생명 이치 보는 것이 제대로 보는 건데.
世人徒識愛看花 不識看花所以花
세인도식애간화 부식간화소이화
須於花上看生理 然後方爲看得花
수어화상간생리 연후방위간득화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看花吟)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우헌(寓軒) 박상현(朴尙玄:1629~1693)이다. 주희(朱熹)의 학문을 근본으로 삼고, 산수(山水) 사이의 고요함에 만족했다. 청나라를 배척하고 명나라를 숭배하는 사상이 철저하여 병자·정묘 호란이 끝난 뒤 책력(冊曆) 속의 청나라 연호를 지워버렸다고 한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사람들은 꽃의 겉모양만 좋아하고,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는 볼 줄을 모르네. 모름지기 꽃에서 생명의 이치를 보아야 하니, 그래야 바야흐로 꽃을 제대로 보는 거라네]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꽃을 보며 노래함]으로 번역된다. 부실거사(浮雪居士)는 눈으로 보는 바가 없으니 분별이 없고 귀로 듣는 소리 없으니 시비가 끊어졌다.
분별 시비를 모두 놓아 버리니 다만 심불이 스스로 귀의함을 보았다고 한다. 다양한 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겸손은 적은 지식으로도 풍요롭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명심보감에는 귀로 남의 그릇됨을 듣지 말라. 눈으로 남의 단점을 보지 말라. 입으로는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그래야만 군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가르친다.
화자는 흔히 꽃은 겉으로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어떻게 꽃이 되었는지 그 진심을 볼 줄 알아야 된다고 말한다. 꽃을 보면서 인간 생명의 존귀한 것까지도 생각하는 달관의 경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았을 때 꽃을 보는 것은 속을 알고 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인간이 좋아하는 꽃도 생명의 한 주체임을 생각해야 된다는 교훈적 감흥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 잔잔히 흐른다.
【한자와 어구】
徒: 한갓 識愛: 좋아함을 알다. 不識看: 볼 줄을 모른다. 花所以花: 꽃이 어떻게 되었는지. // 須:모름지기. 於: ~에서. 花上: 꽃에서. 看生理: 생명의 이치를 보다. 然後: 그러한 연후에. 方: 바야흐로. 爲: ~이 되다. 看得花: 꽃을 제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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