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현대인에게 웃음과 희망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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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현대인에게 웃음과 희망을 선물합니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6.01.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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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사람 - 김원근 조각가
신조어 ‘츤데레’ 로 조각계의 코메디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보은이 고향인 김원근(45) 조각가를 만났다. 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인 ‘츤데레’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으로 일반인들에게 친근감과 인간내면의 순수함과 동시에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김 작가의 작품세계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세계를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 투박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정감 있는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김원근 작가.
서울 대학로 오른편 언덕길을 오르면 이화벽화마을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서 인물조각 전시가 열렸다. 작품은 모두가 ‘깍두기 머리’ 를 한 남성상(男性像)이다. 배가 나온 정도가 아니라 전형적인 전신 비만 체형이다. 작은 키에 통통한 체구, 그리고 거의 무표정하거나 멍한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다 못해 낯이 익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바로 보은이 고향인 김원근 작가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남자나 글러브를 낀 권투선수 모두 모란 꽃무늬 셔츠나 권투 가운을 입었다. 한 남성은 누군가에게 프로포즈를 하려는지 선물할 꽃다발을 들고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은 한마디로 우습고 귀엽고 재미있다.
김 작가의 대형 조각상은 스튜디오에만 있지 않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경기도 양평역, 경기도 남양주 팔당호의 ‘봉주르 까페’ 앞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 야외공원 등 구석구석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가 조각가에 대한 꿈은 언제부터이며 장래 희망이나 어릴적 꿈은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
“저의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서울에서 놀러온 친척 형이 그려준 만화가 처음 시작 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종이란 빈 공간 에 연필로 또 다른 세계를 그려 나가는 것 은 저에겐 신비한 놀이 이고 유일한 즐거움 이었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화가가 희망 이었는데 보은고등학교 재학시절 미술부 선배님의 열정적으로 조각하는 모습에 매료되어서 조각가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런 연고로 원광대학에서 미술, 조소를 전공하고 잠시 작품 활동을 했지만 한동안 작품활동을 뒤로하고 늦깍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작가는 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작품 활동을 했지만 정체성 없는 작품 활동에 고민하다가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9년까지 작품에 대한 열망과 그리움에 결국 다시 조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김 작가는 “힘들더라도 꿈을 버리지 않았기에 뒤늦게나마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며 “처음엔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한 인물상을 만들다가, 이렇게 작업하면 보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재미있고 웃기게 하는 작품으로 전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조각계의 코미디언’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또 “조각이라고 하면 멋있고 웅장하고 세련되고 번쩍거린다는 느낌이 있을 텐데, 그와 다르게 내 조각의 키워드는 ‘웃음’ 이라고 말하고 있다.
▲ 2012년 한국현대조각초대전 선보인 김 작가의 작품 내사랑(콘크리트, 채색 90x22x136cm)
김 작가의 작품에는 고향인 보은에 대한 이미지가 함축되어 있다. 작품 인물의 의상에는 모란꽃이 유난히 많이 넣는 이유를 물었다. 김 작가는 “모란은 예부터 부귀와 다산, 풍요를 의미하고 권투 글러브를 낀 남자가 모란꽃무늬 바지를 입은 모습이 대조적인 표현을 통해 재미를 주고자 했으며 이러한 모티브는 제 고향 보은에 있는 속리산 법주사에 어릴적 찾아갔을 때 우리나라 1세대 조각가 김복진 선생이 시멘트로 만든 대형 부처상이 너무나 인상적이며 이 절의 단청이나 목탑, 사천왕상과 탱화도 많이 보며서 그런 것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김 작가는 시멘트나 합성수지 속에 섬유기재를 혼합한 ‘FRP(Fiber Reinforced Plastics)’ 를 재료로 애용한다. 특히 작은 작품에는 FRP가 주재료다. 그는 캐릭터 구상을 한 뒤 스케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흙으로 우선 만든다. 돌이나 나무보다는 흙이 질감이나 표정 표현에 유리하다. 그리고 그것을 석고로 캐스팅한 뒤 FRP 액체를 부으면 딱딱하게 굳히는 작업을 한다.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면서 국내는 물론 국외 및 전국 곳곳의 관광명소에 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은 터키 룰레부르가즈 시청, 터키 카파도키아, 터키 부루사 시티, 터키 알라니야 시티, 스페인 알메리아 대학, 울산 중구문화의 전당, 성신여자대학교 미아운정 캠퍼스,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 조각공원, 러시아 팬자호텔, 터키 메르신 시티, 해태.크라운제과(송추아트밸리), 양평군청(양평역), ,경기조 연천군 문화예술회관, 대한 주택공사(고양 행신7단지), 판교 테크노 밸리 B블럭 다윈택 미술 장식품, 김포 걸포 조각공원등에서 만날 수 있다.
김 작가의 작품의 핵심은 무엇인지 물었다. “녹녹치 않은 현대사회 에서 힘들어 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웃음과 희망의 선물이고 싶습니다. 어떠한 위대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고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만들어 드리는 의미를 주고 싶습니다”
일명 ‘츤데레’ 라고 알려진 김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 보았다.
“한국 사람들은 얼굴 표정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특히 남자들은 더욱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저의 작품속의 주인공들 모두는 무표정입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이러한 무표정과 퉁명스러운 모습속에 따뜻함과 부드러운 미소는 숨어 있습니다. 투박한 듯 무심하지만 유심히 잘 살펴보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미소가 진정한 한국의 미가 아닐까 생각 합니다. 이런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김 작가에게 새로운 작품 구상이나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 활동에 대해 “저의 작품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드라마틱한 상황 설정을 표현해서 관람객들 각자가 스토리 텔링 할수 있는 재미를 주고자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김원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우리네 삶과 풍속을 느끼게 하는 김 작가의 인물 조각은 여러 사람의 관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더한다. 단조로운 한국 조소예술계의 지평에 또 하나 새로움을 더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세련된 작품이 아닌 투박하면서 친근함의 김 작가의 작품속에는 어릴적 고향 보은의 향수가 묻어나고 있었다. /박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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