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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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을 꾸자
  • 김종례 시인
  • 승인 2016.01.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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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아침이 밝아 온 지도 어느덧 보름이 되어간다. 마지막 해넘이를 바라보며 새들조차 겸손하게 웅크리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을 보내고, 새아침 새 일출을 바라보며 비움과 채움의 기로에서 한해의 그림들을 그려보던 새 날들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다시 출발점이 되어서 소리없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과거가 되고 다가올 것은 미래가 되는 지금 이 순간, 안개 속으로 점점이 사라져 버리는 과거에도 미련을 두지 말 것이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마음이 흔들리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오직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며 나만의 흥(길)을 찾아내어 정진하여야 할 것이다. 오로지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기 떄문이다. 성경의 말씀대로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담아 터지지도 흘리지도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간혹 내 방에 들리는 아이들을 붙잡고서 물어본다. < 너, 커서 이 다음에 뭐가 되려고 하지?> 막연한 질문에 준비라도 하였듯이 온갖 직업들이 방방방 튀어 나온다. 유엔 사무총장부터 부모가 되기까지... 막연하게나마 꿈을 꾸는 아이들은 날마다 보아도 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세상은 물질과 정보와 타락으로 점점 만취해가고, 온갖 범죄와 비통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치고 있다. 윤리와 도덕은 점점 퇴색해지고 적반하장(賊反荷杖) 주객도치(主客倒置)같은 모순의 덩어리들이 정상화 되어가는 이 세상에, 5포 7포를 외치는 젊은이들과 아직은 꿈을 꾸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부정적인 요소를 관용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꾸준히 걸러내어 다음세대에 물려줄 영적 유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지구를 기쁨이 가득한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꿈을 꾸며 나가야 할 것이다. 다 함께 마음을 열고 새날 새 아침의 밝은 빛을 바라볼 때이다. 지구의 안녕과 우리네 삶의 진솔한 방향을 절실히 물으며 다시 희망의 나래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꿈은 어린아이 초등생만 꾸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소망의 너울이다. 하루라도 목표가 없는 일상은 물거품처럼 부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다. 몸은 늙었어도 꿈을 꾸는 노인의 눈빛과 정신은 아직도 맑고 초롱하다. 육체는 노쇠하였으나 여전히 열매를 맺을 소망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내일 내 마을에 지진 등 자연재해가 엄습한다 해도, 이번 건강검진에서 불치병을 선고받는다 해도, 오늘은 마당 한켠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한그루 꿈나무를 심어야 할 것이다. 기약없이 흔들거리는 커다란 대의에만 목숨 걸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있는 나만의 흥을 캐내어 정성껏 매만져 나갈 때 비로소 행복은 찾아 올 것이다. 물론 커다란 대의를 품는 사람도 아무나 할 수 없다. 자신의 존재가치와 세상을 위하여 커다란 목표를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뜻이 이루어진다면 사소한 것들은 소홀히 해도 좋다는 생각은 반드시 배제하여야 한다. 따스한 작은 소망 하나라도 다독거리며 때를 기다리면, 행복한 미래가 온다는 신념을 아이들에게 일깨워줘야 한다.
인생은 촛불과 같다. 오늘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촛불처럼 소리 없이 소멸되어 가지만, 이 한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여 다시 소망의 꿈을 꾸어야 할 신년벽두이다. 천년을 흐르면서도 가락을 지니는 시냇물처럼, 그 위에서 동고동락하며 흥겹게 노니는 작은 부평초처럼, 어두운 서랍 속에서 소망의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작은 씨앗의 꿈처럼.... 나도 그 씨앗 한 알을 조물거리며 소소한 행복을 꿈꾸고 있는 일월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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