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로 돌아오며 : 返俗謠 / 여승 설요 (여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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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로 돌아오며 : 返俗謠 / 여승 설요 (여류시인)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5.12.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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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75】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출가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고는 차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번민과 고뇌 속에서 스님과 속인 곧 삶과 죽음이란 평생선의 갈림길에서 번뇌는 심했을 것이다. 3개월이 어렵다고 하던가. 3년이 힘들다고 하던가. 참선의 고통은 속세의 그것과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리라. 시인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님의 길을 택했지만 다시 속세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던 여건적인 심회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返俗謠(반속요) / 여승 설요
담박한 마음으로 정숙을 생각해도
살골짝은 적막하고 인적도 끊겼어라
향내를 뿜어낼 마음인데, 이 청춘을 어찌하랴.
化雲心兮思淑貞 洞寂寞兮不見人
화운심혜사숙정 동적막혜부견인
瑤草芳兮思芬蘊 將奈何兮是靑春
요초방혜사분온 장내하혜시청춘

속세로 돌아오며(返俗謠)로 번역해 본 고시체 칠언절구다. 작자는 여승이었던 설요(薛瑤:660~693)로 삼국통일 시대의 여류시인이다. 열다섯살 쯤(675)에 아버지의 죽음을 보고 출가하여 수도에 정진했다가 스무살 무렵(680)에 이 시를 짓고 환속했다고 전한다. 제목에서 보인 반속(返俗)이란 출가했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는 뜻을 담는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담박한 마음으로 정숙을 생각해도, 산골짜기 적막하니 사람 하나 뵈지 않네 . 기화요초가 향기를 뿜어낼 마음이니, 장차 이 청춘을 어찌할까요]라는 시상이다.
꽃다운 열 다섯 살 처녀가 아버지의 죽음 앞에 속세의 삶에 환멸을 느껴 머리를 깎았다. 그것은 뜨거운 청춘의 피 때문이었지만 인간 본연의 추구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삶은 괴로움의 바다’라 했다지만 그녀에게도 시를 쓰고자 하는 뜨거운 피가 흘렀다. 그는 환속 뒤에 당나라 장군이자 시인인 곽진(郭震:656~713)의 첩이 되어서 여생을 보내다가 당나라 통천현 관사에서 죽었다.
시인은 담박한 마음으로 정숙을 생각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싫어했고, 옥같이 고운 풀에 핀, 구슬같이 아름다운 꽃인 자신을 흐드러진 ‘기화요초’에 비유하면서 “불타는 이 청춘을 어찌할 것인가”라고 한탄하고 있다.
화자는 아무렴해도 머리를 깎고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 되기엔 성격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환속의 동기가 분명해 보인다. 한 송이 꽃이 첩첩산중에 묻혀 사는 것보다는 세상을 진동하고 천하를 주름 잡을 향기일진데 이 청춘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고 하는 데서 본마음을 드러낸다.
【한자와 어구】
化雲心兮: 구름으로 화한 마음이여! 곧 정숙한 마음이여! 思淑貞: 정숙한 마음을 생각하다. 洞寂寞兮: 산골짜기가 적막함이여! 不見人: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瑤草芳兮: 기회요초의 향기여! 思芬蘊: 향기를 뿜어내다. 將奈何兮: 장차 어찌할꺼나! 是靑春: 이 청춘을. 곧 이 청춘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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