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월출산을 바라보며 : 到女院月出山 / 옥봉 백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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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월출산을 바라보며 : 到女院月出山 / 옥봉 백광훈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5.11.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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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69】
고국과 고향은 같은 뜻의 의미를 받는다. 고향을 떠나 있으면 가고 싶고 어렸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그래서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한다. 명절만 되면 민족의 대이동이라 하여 고향을 찾아 나선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찾아뵙고 추억이 서려있는 그 곳, 향수의 묻어나는 내음을 한껏 맡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운 고향이라고 했다. 한 시인이 오랫만에 고향을 밟고 나서 혹시 꿈속은 아닌가 반문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到女院月出山(도여원월출산) / 옥봉 백광훈
2년동안 서울 생활 고향 찾아 정겨웁고
고향의 진면목(眞面目)을 오늘 와서 바라보니
꿈속은 아닐까 두려워 고개 들어 다시 보네.
二年辛苦客秦城 夢見鄕山別有情
이년신고객진성 몽견향산별유정
今日却逢眞面目 擧頭猶파夢中行
금일각봉진면목 거두유파몽중행

해남[=여원]에서 월출산을 바라보며(到女院月出山) 쓴 칠언절구다. 작자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1537~1582)은 최경창 이달과 더불어 삼당시인의 한 사람이다. 명나라 사신에게 시와 글을 지어주어 감탄케 하여 백광선생(白光先生)의 칭호를 받았으며 영화체(永和體)에도 빼어난 재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두 해 동안 서울 땅 나그네로 떠돌 때에는, 꿈에 본 고향 산은 얼마나 정겨웠나. 오늘 와서 문득 (고향의) 진면목을 만나니, 꿈속이나 아닐까 두려워하며 고개를 드네]라는 시상이다.
삼당시인을 찬양해 보는 시조 한 수다. [시문의 진정한 맛 당풍을 앞세워서 비유법 상징성에 여독을 풀어가니 고전을 새롭게 한 현실 내일 꿈을 향하리]. 시인은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해남에서 자랐으며, 관서별곡(關西別曲)으로 유명한 광홍(光弘)의 아우다.
시인의 작품은 전원의 삶을 다룬 작품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안정과 평화로 가득 찬 밝은 분위기를 이루는 작품이 많다. 이정구는 문집 옥봉집 ‘서’에서 "시대와 맞지 않아 생기는 무료, 불평을 시로써 표출했다"고 하면서 시인의 ‘절구’를 높이 평가했다.
화자는 고향 장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란 곳 해남(여원)을 찾아 2년 만에 찾았다. 그는 꿈길에서 보았던 고향이 얼마나 정겨웠던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진면목을 오늘에 와서 만나고 보니 혹시 꿈속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자기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정구의 지적대로 시인은 율시보다는 절구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한자와 어구】
二年: 2년. 辛苦: 떠돌아다니다. 고생하다. 客: 나그네. 秦城: ‘진나라 성’이나 여기선 ‘서울 땅’을 뜻함. 夢見: 꿈 속에서 보다. 鄕山: 고향산. 別有情: 유별난 정겨움이 있다. 今日: 오늘. 却: 문득. 逢: 만나다. 眞面目: 진면목. 擧頭: 머리를 들다. 猶: 오히려. 파: 두렵다. 夢中行: 끔 속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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