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로 지역의 정체성 및 문화운동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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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로 지역의 정체성 및 문화운동으로 확산”
  • 보은신문
  • 승인 2015.09.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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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범서문화마당’ 로컬푸드 사업단
글 싣는 순서
1. 로컬푸드의 효시 ‘완주군’을 찾아서
2. 지리산 로컬푸드 ‘자연곳간’을 아시나요
3. 제주도의 청정 먹거리를 소비자 식탁으로
4. 손맛으로 지역의 농산물을 디자인 한다
5. 보은에서의 로컬푸드 분야 및 사업성 전망

내 고장에서 자라 조상으로부터 인식된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는 생산,유통의 과정속에서 농민이 살고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형적인 농업군인 보은군 역시 1차 산업의 의존도가 높은 지금의 경제구조속에서 로컬푸드 운동은 필수적 과제라고 인식되어 지고 있다. 보은의 얼굴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관계 맺기를 통해 먹거리를 비롯한 가공농산물, 심지어 소비자의 밥상 안전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생산 및 소비의 선순환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범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전경.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로컬푸드를 시작하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지역은 울산의 대표적 배드타운이자 도농복합도시다. 20여 년 전인 90년대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주민 수가 6000여명 뿐이었다.
한낱 시골마을에 불과하던 범서읍에는 현재 7만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신흥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은 물론 지역 분열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토박이와 이주민들 간에 반목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또 마을에 대한 정체성도 모호해 지면서 단순한 ‘배드타운’으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범서문화마당’ 라는 단체가 구성됐다. 범서문화마당은 생태문화사업과 로컬푸드 사업 등 수년 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돼 자생적인 문화운동을 펼쳐왔고 이제는 주민들의 공동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지역의 문화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로 구성된 ‘범서문화마당’ 대표를 맞고 있는 김봉재씨가 그 주인공이다. 6.6㎡(2평) 규모의 작은 컨테이너에서 시작된 범서문화마당은 마을문화운동의 시동을 걸었고 지금은 공동체 운동의 산실로 로컬푸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범서문화마당’ 내 식품사업단으로 출발
사회문화기업인 ‘범서문화마당 로컬푸드사업’ 은 범서지역 마을 주민들 11명이 운영하면서 지역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농가 소득 증대와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이들은 지역농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이용해 도시락, 반찬 등을 만들고 있다.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천상종합시장 내 약 23㎡(7평) 규모 ‘로컬푸드’라는 간판을 달고 농산물, 반찬, 도시락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범서문화마당 김봉재 대표는 “지역 농장과 연계해 안전하고 값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며 “지역 농가도 활성화 돼 참여하려는 농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내가 만든 음식으로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이에요. 요즘 음식은 너무 인스턴트화 돼 조리의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손맛을 찾고 이어가는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로컬푸드의 궁극적인 지향” 이라고 말하고 있다.
범서문화마당 ㈜로컬푸드가 하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가장 큰 수익원인 도시락 사업으로 신선한 식재료와 ‘손맛’으로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는 일이다.
두번째는 지역 농산물 판매다. 전통음식을 상품으로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으며 직접 재배하는 제철 음식을 판매함으로써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가교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범서문화마당의 지속적인 사업으로는 밥상머리 교육프로그램 운영이다. ‘재료가 있어도 조리를 해먹을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밥상머리 교육프로그램은 젊은 주부들이나 아이들이 조리하는 즐거움을 배우고 음식 나눔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준비하고 있다.

▲ 범서농협 로컬푸드 선별장에서 생산농민이 생산한 물건을 직접 선별하는 모습.
이제 울산 로컬푸드 협동조합 발전시키다
범서문화마당의 로컬푸드 사업은 이제 울산 로컬푸드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울산광역시 전역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 갔다.
범서읍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협동조합이 울산에서 처음으로 출범하게된 울산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울산곤충마을에서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김봉재 범서문화마당 대표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울산로컬푸드협동조합 초대 김봉재 이사장을 비롯해 회원 등 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올해 교육과 홍보활동에 총력을 다해 회원수를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울산로컬푸드협동조합은 부산과 경남 등에 구성된 로컬푸드협의회와의 연계사업으로 지역간 먹거리공동체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으로 이를 위해 지역 협의회와의 토론회와 심포지엄을 올해 내에 개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꾸러미사업과 로컬푸드 직거래판매장을 통해 생산농민과 소비자를 이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울산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지역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면 여러 가지 이점중 소비자들에게는 유통단계가 줄어들어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생산자는 농산물 제값받기가 가능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으며 농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고 있었다.

범서농협 하나로마트에 직매장 운영 확대
범서문화마당의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은 2013년 9월 범서읍 관내 단위농협인 범서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장하게끔 만들게 되었다.
전국에서는 아홉 번째지만 울산을 포함한 영남권에서 처음 개장한 범서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하나로마트 안에 99㎡ 규모의 매장을 별도로 꾸미고 인근 지역 농업인들이 손수 가꾼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초기에는 생산자가 식품을 내다파는 데 소극적이어서 농협 직원들이 직접 인근 농가를 방문해 설득하고 때로는 소채류를 반강제적으로 가져와 판매했지만 개장한지 7개월여에 이른 지금은 거의 정착되었다. 인근 농가에서 생산자들이 매일 아침이면 선별장으로 각종 채소와 유정란, 방금 만들어 아직도 더운 기가 가시지 않은 손두부 등을 들여와 포장을 하고 생산자의 이력까지 상세하게 표기한 가격표를 붙인 다음 매장에 진열하는 일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이른 아침 선별장에서 만난 여든을 훌쩍 넘긴 박계조 할머니는 “장에서 온종일 앉아있지 않아도 돼 직매장을 찾게 됐다” 며 직원의 안내없이도 본인이 직접 물건을 판매대에 진열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범서농협 직거래 로컬푸드직매장은 농업인과 소비자의 실익과 신뢰, 믿음을 추구합니다’는 슬로건과 함께 신선한 나물 등이 소비자를 기다리는 직매장은 생산자의 사진과 연락처까지 명시한 이력을 제품과 함께 게시, 믿고 살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대해 범서농협 관계자는 “지역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동작업장에서 소포장해 라벨작업까지 마친 다음 매일 직매장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며 “갈수록 직매장을 찾는 지역민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범서읍의 로컬푸드 시스템은 여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마을에서 재배한 다품종 소량의 제철 농산물을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학교급식 사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정장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직거래 장터’ 등이 마련되고 있었다.

▲ 울산 범서문화마당 김봉재(54) 대표.
울산 로컬푸드협동조합 김봉재(54) 대표
“로컬푸드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늘고 있습니다. 친환경과 유기농 제품 이용이 개인차원을 넘어 집단화되는 것도 시대적 흐름속에서 2009년 사회적기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아 ‘범서문화마당’ 내 식품사업단으로 출발했던 ㈜로컬푸드도 이런 흐름 속에서 출발했습니다.
범서문화마당은 범서지역을 중심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로 2007년 창립 이후 매월 마을신문인 ‘범서신문’을 꾸준히 발행해 오고 있으며, 공사예정지에 편입되면서 사라질 뻔했던 ‘울산들꽃학습원’을 존치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만화계의 거목인 박재동 화백과 함께 매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화그리기 대회를 진행해오고 있는 등 공동체 복원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범서문화마당의 활발한 활동과 달리 수익사업인 로컬푸드 사업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모토로 시작한 사업은 곳곳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역 농산물의 종류와 양이 제한적이라 단체급식으로 공급할 조건이 되지 못한데다 로컬푸드란 개념에 대한 낮은 인지도로 현실적 사업추진에 동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으며 2011년에는 모법인인 범서문화마당에서 법적으로 분리 독립해 엄연한 법인 사업체가 됐습니다. 울산광역시의 배드타운을 역할을 하고 있는 울주군 범서읍의 장점을 살려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지역문화를 통해 지역민의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로컬푸드 사업은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성패는 결국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지역 주민들 간에 통용되는 ‘지역화폐’ 도입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나기홍. 박진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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