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내가 맡은 아이 중 현수라는 외팔이 아이가 불현듯 뇌리에 스쳐가는 요즘이다. 어릴 적 아버지의 방앗간에서 놀다가 기계에 한 손을 잃은 현수는 언제나 의기소침하고 혈색이 없으면서 자신감이 부족하여 늘 마음을 저리게 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40여명의 아이들과 씨름을 해야 했던 그때 상황으로는 무엇 하나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가 격한 감정을 보일 때마다 감정코칭을 해서 내면이 성숙해 지도록 도와주지 못한 반성문을 써 보는 요즘이다. 또한 아이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주지 못하고, 긍정적 래포 형성을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현수의 얼굴! 지금은 어엿한 가장과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다 할 나이인데...어찌 지내고 있는지 현수의 근황이 참으로 궁금한 요즘이다.
성경 귀절에 <너희가 당하는 어떠한 고난도 참 축복임을 알 수 있어야만 너희가 믿음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느니라!> 하신 말씀이 있다. 지금 현수를 다시 만난다면 내가 찾아 낸 보석같은 깨달음의 섭리를 주저리주저리 얘기 해 주고 싶다. 참다운 인생의 가치는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에서는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라고, 어려움과 고통과 고난을 이겨낸 다름에야 찾아오는 참 인생의 가치관과 기쁨을 어찌 세상적인 성공과 비교할 수 있단 말이냐고,... 어려움 속에서 참다운 삶의 가치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의 조건은 충분하다고....그 보석과도 같은 인생의 가치는 누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안겨 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스스로 어둡고 습한 긴 내면의 터널을 빠져 나오고서야 얻어지는 순금같은 보물이라고...손을 잡고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가끔 길을 가다가 극심한 지체 장애인을 만나면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그냥 이 무더운 여름에 잠시잠깐 한쪽 팔을 구속받고 장애체험을 한 것만도 내겐 너무 긴 터널이었는데... 잘 참고 무사히 빠져 나오니 찬란하게 쏟아지는 가을햇살 아래 반짝이는 깨달음의 선물이 이렇게도 많은데....하물며 평생을 신체적 불편함을 인내하고 견디면서 적극적인 삶을 엮어가는 많은 장애인들을 바라보노라면, 그들이야말로 인생 승리의 전사들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무지하게 달구어진 용광로에서 다듬어지고 탄생되어지는 아름다운 순금마냥 그 고통과 어려움이 결코 헛되고 헛된 것이 아니라는 정답을 얻게 마련이다. 고난과 인내와 연단을 거치면서 얻어지는 인생의 참 가치와 의미를 비장애인인 난 결코 알 수가 없으리라는 해답도 나온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참 가치를 발견하고 자기만의 갈 길을 스스로 창조해야 할 것이라고... 끝내는 이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의 선물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거라고...긴 세월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딛고 일어나, 이제는 깨달음으로 자신감을 찾았을 현수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감사와 은혜의 강물이 너의 인생 여정에 흘러넘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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