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2 : 春色 / 운재 설장수
상태바
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2 : 春色 / 운재 설장수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9.03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9】
춘색이 짙어지면 봄노래가 절로 나운다. 옷을 벗었던 나무도 푸른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서 한껏 봄의 흥취도 느꼈음은 분명했으리. 그런데 이게 원일인가. 백주에 탁주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는 ‘애오라지(聊)’를 연발한다. 마음에 흡족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겨우 탁주나 한 잔 하자는 심회를 담게 된다. 자작(自酌) 하기는 조금은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아이를 불러 [너는 따르라 나는 마시리]를 연발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春色2(춘색) / 운재 설장수
백안으론 보이는 것 없는 듯도 하렸지만
청산은 정이 가득 있는 듯도 하구나
탁주에 마음을 붙이며 다시 잔을 기운다네.
白眼如無見 靑山似有情
백안여무견 청산사유정
濁酒聊適意 時復喚兒傾
탁료료적의 시부환아경

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春色2)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운재(芸齋) 설장수(설長壽:1341~1399)다. 1387년(우왕 13) 지문하부사(知門下府事)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성계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양왕을 세우는 계획에 참여했고, 그 공으로 이듬해 충의군(忠義君)에 봉해졌으며, 정난공신(定難功臣)이 되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흰 눈에는 보이는 것 없는 듯, 푸른 산은 정이 있는 듯도 하구나. 애오라지 탁주에 마음을 붙여, 때때로 아이 불러 다시 잔을 기울인다.]라는 시상이다.
전구에서 시인이 읊은 시심은 [봄빛은 천지에 완연한데, 강회에는 아직 전쟁이로다. 부질없이 시로 세월 보내고, 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라고 하면서 공명을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쏟아냈다.
시를 지으면서 세월을 보내고 부운과 같은 세상의 공명을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는 시인을 만나는 것 같다.
전구에서 이어지는 위 시에서도 시인의 안빈낙도의 한 모습을 본다. 흰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는 듯 그렇게, 푸른 산은 정이 있는 듯 또 그렇게 살고 싶다는 심회를 밝히고 있다. 흰 눈은 아무렴 해도 세상에 때 묻지 않는 자연에의 몰입이겠다.
화자는 자연과 더불어 하면서도 때때로 탁주는 마시며 마음을 붙여 보려고 한다. 술을 혼자 마시기는 하겠지만 동양의 풍습이 권커니 받거니 하는 것이 주도 아닌가 싶다. 그래서 화자는 아이를 불러 술을 따르라고 하고 싶었다. 화자는 인생을 가장 멋있게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한자와 어구】
白眼: 흰 눈. 如: ~하듯. ~같다. 無見: 보이는 것이 없다. 靑山: 청산. 似: ~하듯. ~같다. 有情: 정이 있다. 濁주: 탁주. 곧 막걸리. 聊: 애오라지. 마음에 부족하나마 겨우. 適意: 마음을 붙이다. 時: 때때로 復: 다시. 또. 喚兒: 아이를 부르다. 傾: 기울다. 술을 따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