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1 : 春色 / 운재 설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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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1 : 春色 / 운재 설장수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8.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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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8】
봄을 좋아하는 노래는 많다. 봄을 노래하는 시문도 많다. 원나라 고창에 살았던 위구르인 설장수에게도 봄을 만끽하는 시심의 노래는 불타고 있었을 것이다. 회수(淮水)에 갔던 모양이다. 중국이 사분오열되는 마당에 더 많은 영토를 차자하려고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봄을 맞는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터 공명을 찾지 않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춘색을 즐기며 시문을 지으면서 살겠다고 읊은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春色1(춘색) / 운재 설장수
봄볕이 따스하여 천지에 완연한데
지금도 강회(江淮)에선 전쟁이 한창이네
공명이 어디 필요있겠나 시 지으며 살고 싶네.
春色可天地 江淮猶甲兵
춘색가천지 강회유갑병
?依詩歲月 不羨世功名
만의시세월 불선세공명

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春色1)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운재(芸齋) 설장수(?長壽:1341~1399)다. 원나라 고창에 살았던 위구르인으로, 1358년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아버지를 따라 고려에 와서 귀화했다. 1362년에 문과에 급제, 판전농시사(判典農寺事)가 되었다. 밀직제학에 임명되었고, 선양[瀋陽]의 유민 4만 여 호에 대해 진정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봄빛은 천지에 완연한데, 강회에는 아직 전쟁이로다. 부질없이 시로 세월 보내고, 세상의 공명일랑 부러워하지 않겠네]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춘3월 따뜻한 봄볕]으로 번역된다. 시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아 글쓴이가 원나라 사람인 점을 감안하고 보면 남쪽의 지방에 거주하면서 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나라 영토를 뺏고 빼앗기는 시대적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은 남이야 뭐라고 하든, 한 치의 국토일망정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밀고 밀리는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런 일에는 전혀 관심 밖의 일을 여기는 경향이 보인다. 그러면서 화자는 부질없이(?) 시를 쓰면서 세월을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남아의 일면을 보이는가 하더니만 세상의 공명도 결코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기 의지를 보인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흰 눈에는 보이는 것 없는 듯, 푸른 산은 정이 있는 듯도 하구나. 애오라지 탁주에 마음을 붙여, 때때로 아이 불러 다시 잔을 기울인다] 라고 했다. 자연을 벗 삼으며 살면서 탁주로 마음을 붙여 잔을 기울며 살고 싶다고 했다.
【한자와 어구】
春色: 봄빛. 可天地: 천지가 완연하다. 江淮: 물이 흐르는 강가(淮: 하남성에서 발원하여 황하로 흐르는 강). 猶: 아직은 오히려. 甲兵: 병갑. 무기. 곧 전쟁을 하고 있다. // ?: 느리다. 게으름을 피우다. 依詩: 시문에 의지하다. 歲月: 세월. 不羨: 부러워하지 않겠다. 世功名: 세상의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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