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 황천 가니 : 亡室遷葬後有吟 / 약천 남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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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 황천 가니 : 亡室遷葬後有吟 / 약천 남구만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7.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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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4】
사람은 남녀가 한 짝을 이루어 살아가게 되어 있다. 이건 하늘과 땅의 이치인 음양(陰陽)의 원리다. 날아다니는 새나 들짐승조차도 혼자 다니지는 않는다. 반드시 짝을 맞추어 살아가기 마련이다. 번식이란 욕구에 따라 새끼를 낳아 기른다 해도 일정하게 자라면 그 자식들도 짝을 만나 제 둥지를 틀게 되는 것은 정한 이치다. 나는 새도 겁을 먹고 무서워했다는 삼정승을 지낸 과객이었지만 아내를 잃고 슬퍼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亡室遷葬後有吟(망실천장후유감) / 약천 남구만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 황천가니
인간 만사 지금 와서 꿈속만 못하구나
띠풀 집 몸을 누이니 창문 때린 풍우 소리.
百年佳瑀一黃로 萬事于今夢不如
백년가우일황로 만사우금몽부여
慟哭歸來臥茅屋 滿川風雨打창虛
통곡귀래와모옥 만천풍우타창허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 황천 가니(亡室遷葬後有吟)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1629~1711)은 조선 후기 문신으로 우의정과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다. 기사환국 후에는 강릉에 유배되었으나 곧 풀려났다.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작품과 문집 [약천집(藥泉集)] 등이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한 평생 짝이었거늘 한 사람 황천 가니, 인간 만사 지금 와선 꿈속만도 못하구려. 통곡하며 돌아와서 띠풀 집에 몸 누이자, 시내 가득 불던 풍우 빈 창문을 때리는구나]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아내가 죽어 장사지낸 후에 읊음]으로 번역된다. 신라 흥덕왕 때의 일이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돌아와 왕에게 바쳤다. 오래지 않아 암컷이 죽자 홀로 남은 수컷이 슬피 울기를 그치지 않았다. 왕이 사람을 시켜 앞에 거울을 달게 했더니 거울 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쪼다가 그림자라는 것을 알고 슬피 울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는 일화가 있다.
백년해로를 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부부들이 많다. 대부분 남자가 먼저 가고 여자가 홀로 살아가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여자가 먼저 떠나는 경우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각자 주어진 자기의 운명이기 때문이리라.
화자는 함께 했던 부인(짝)이 황천으로 가고 없으니 모든 인간사가 꿈속만도 못하다며 자기 회상에 젖는다. 부인을 장사지내고 집에 돌아와 가만히 누우니 시내 가득하게 불던 풍우가 빈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인생무상이었으리라.
【한자와 어구】
百年: 백년, 한 평생. 佳瑀: 짝. 배우자. 一黃로: 한 사람이 황천 가다. 萬事: 모든 일. 于今: 지금에. 夢不如: 끔만 같구나. 慟哭: 통곡하다. 歸來: 돌아오다. 臥: 눕다. 茅屋: 띠풀집. 곧 ‘초가집’을 뜻함. 滿川: 시냇가에 물이 가득하다. 風雨: 바람과 비. 打: 때리다. 창虛: 빈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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