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난리가 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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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난리가 났었지
  • 남광우(재향군인회 사무국장)
  • 승인 2015.07.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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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광우(재향군인회 사무국장)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지나고 어느새 삼복에 이르렀으니 이젠 휴가철이다.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휴가 1주일은 1년을 기다린 끝에 돌아오는 꿀맛 휴식이다. 그러나 농촌에 사는 농축산인, 상업인들에겐 특별히 휴가가 있는 게 아니라 일이 없으면 휴가니 꼭 좋아할 만한 것도 아니다. 필자는 직장인과 상업인을 거쳐 다시 직장생활로 리턴하게 되었지만, 나이드니 한여름의 휴가도 귀찮아져 집안의 애경사나 벗들과의 친목으로 하루 이틀 놀러 다닐 때 나눠쓰곤 한다.

지난 5월 말부터 난리쳤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충북에선 종식되었다 하고, 정부도 메르스로 침체된 관광업계의 어려움을 생각해 국내로 휴가를 가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걸 생각하면 강원도 쪽으로 여행이라도 한번 가볼까 생각하다가도 앗, 뜨거운 날 뭔 고역이야 하는 걱정이 앞서니 나이 탓인가?

제대로 된 휴가는 안 해도 부부간 휴식과 공감을 위해 아내와 올 초부터 한 달에 두어 번 청주 나가 영화를 본다. 명량, 킹스맨, 어밴져스, 쥬라기월드, 연평해전 등 요즘 화제가 된 영화는 웬만큼 보았다. 스마트폰으로 영화표를 예매하고 부부가 앉을 ‘연인석’까지 미리 선택할 수 있으니, 옛날에 극장 앞에 줄서고 자리가 없어 캄캄한 공간을 이리저리 옮기던 시절과는 격세지감이다.

그중 ‘연평해전’ 은 13년 전 일어난 실화이기에 감동과 슬픔이 더 했다. 엔딩이 나온 뒤 한참 있다가 일어났다. 특히 내겐 얼마 전 병역을 마친 아들이 있어 그 또래들이 적의 총탄에 맞서 피 흘리며 장엄하게 싸우다 죽어가는 모습,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가 거실에 걸린 아들의 제복을 쓰다듬을 때 아내에게 나는 손수건을 건넸고, 짐짓 대범한 척 했던 나 역시 썬글라스로 충혈된 눈을 가렸다.

필자는 1년에 한두 번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일행들은 2010년 봄에 46명이 전사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던 두 동강 난 ‘천안함’을 보느라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열광하던 때의 연평해전은 별 안중에 없는 듯했다. 그런 차에 ‘연평해전’ 영화를 보며 그 전투가 그렇게 처절한 싸움이었단 사실을 실감하곤 자식 잃은 여섯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국민으로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하기야 우리 국민들이 2000년대에 겪은 일만 해도 연평해전은 물론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연평도 포격 등 지금의 메르스는 난리도 아닌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개콘’에서 어느 개그맨이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녀!’ 라고 하던 유행어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최근 겪은 난리를 어찌 6.25에 비하랴.

망각이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옛말에 ‘원한은 모래에 새기고, 은혜는 바위에 새기라’고 했다. 미워하는 마음은 빨리 잊고, 고마운 일은 잊지 말고 갚으라는 말씀이리라. 나라에 무슨 큰 일이 있으면 우리는 흔히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라고 되뇌지만 사실 몇 년도 못가 잊곤 한다.

그러나 제2연평해전 여섯 용사의 이름은 해군전투함으로 부활했다. 지난 6월 29일 해군 해상기동훈련을 있었는데 여기에 윤영하함, 한상국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서후원함, 박동혁함 등 유도탄 고속함 6척도 참가했다 한다. 든든하다. 그들의 충혼이 시퍼렇게 살아 우리 서해 바다를 잘 지켜 주리라 믿는다. 유가족의 맺힌 한도 풀렸으면 한다.

해마다 6.25기념식을 주관하는 나의 6월은 남다르다. 16개국 유엔군 포함 군인만 20만 명이 전사한 6.25기념행사를 올핸 메르스로 인해 축소했다. 해가 갈수록 참전유공자들은 줄어 간다. 남아계신 그분들께 잊지 않겠다는 입에 발린 멘트나 일회성 위로연도 민망하다. 그보단 이제라도 그분들 여생이 좀 더 평안해질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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