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유통센터는 '미운 오리새끼'
상태바
산지유통센터는 '미운 오리새끼'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5.07.16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준비 없이 출발…유통시설을 가동할 물량이 없다
▲ 2012년 12월 준공을 본 보은농협 산지유통센터 내 감자 박피시설(사진). 보은농협이 APC 활성화에 고심하고 있지만 물량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보은농협이 농민과 계약재배한 감자를 높은 값에 수매해 한때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보은농협이 산지유통센터(APC)을 들이면서 처음 시도한 감자 계약재배가 큰 호응을 불러 모았다.
2013년은 전국적으로 감자 생산량이 급증했다. 경락값은 전년보다 절반가량 낮은 1㎏당 300~4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보은농협은 그해 봄 계약 재배한 농가의 감자를 당초 계약대로 1㎏당 670원을 주고 매입했다. 계약농가 뿐 아니라 가격 하락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은 비계약 농가의 감자까지도 수매했다. 계약재배를 유도하기 위해 비계약 농가에게는 감자 한 개당 무게가 100g이상인 경우에는 1㎏당 650원, 100g이하는 200원으로 계약농가와 차등을 두고 수매했다.
보은농협은 당시 8월 초까지 1300t의 감자를 사들여 8억 원 정도를 농가에 지급했다. 시장출하가보다 높은 값에 감자를 수매하다 보니 농가들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출하했고 보은농협 직원들은 밤샘작업까지 펼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보은농협은 농가들에게 상자포장이 아닌 톤백이나 농산물 전용 플라스틱 상자 등으로 감자를 출하토록 해 농가의 일손뿐 아니라 박스비와 물류비 절감에도 도움을 줬다.
이러던 보은농협 감자사업이 단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부실로 돌아섰다. 2014년 보은지역 안팎에서 감자 5000톤을 수매했지만 큰 손실이 발생했다. 감자가 보은농협이 5억2000만원 적자결산을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직원은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조합원도 배당을 받지 못해 큰 숨을 들이켰다. 납품한 감자대금을 물어내라는 1차 청구소송에서 패해 법원에 공탁금을 걸었다. 적자 여파로 사업을 주도한 경제팀과 경영진에게는 변상금과 정직, 견책이 주어졌다.
보은농협이 산지유통센터 활용 방안을 두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한마디로 시설을 가동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지유통센터는 집하, 저장, 선별, 포장, 출하 등의 선순환이 지속되어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지만 올해의 경우 보은지역의 감자 740t 수매에 그쳐 기껏해야 한 달 돌리면 가동 끝이다. 그렇다고 타 지역의 감자를 조달할 수도 없는 일.
보은군 최초로 지어진 산지유통센터는 2011년 보은군으로부터 보은농협이 보조사업자로 선정돼 이듬해 12월 준공했다. 총사업비 25억원(국비 10억원, 지방비 7억5000만원, 자부담 7억5000만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건물 2281㎡(690평 1층 420평, 2층 270평)) 규모로 HACCP 시설도 완비했다.
건물 1층은 저온창고 4개, 냉동창고 1개, 기계실, 농산물집하 선별장, 농산물 검수실과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2층은 창고와 편의시설, 기존 건물을 개보수한 저온창고 2동으로 꾸몄다. 기계시설로는 양파, 대파, 감자, 당근 탈피 및 세척기를 들였으며 화물차, 지게차, 컨테이너박스 등의 유통 장비를 구비했다. 하지만 현재 물량이 없어 저온저장고는 거의 텅 비어 있고 시설 가동도 멈추었다.
이와 관련 감자사업 적자경영에 따라 최근 보은농협 상임이사 해임을 묻는 대의원 총회에서 한 대의원은 “보은농협이 농산물유통센터를 떠맡을 준비가 안 된 상태서 떠안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원래 보은농협 APC는 속리산유통이 사업자였다. 하지만 속리산유통이 재정상 APC를 지을 수 없자 보은농협이 대타로 건립했다. 보은농협은 첫 사업으로 감자사업을 벌였지만 첫해 화려한 출발은 잠시뿐 이후 맥을 못 쓰고 있다.
현재 보은농협 APC시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농산물은 양파와 대파, 감자뿐이다. 그런데 보은군에는 이들 품목에 대한 주산지가 없다. 그러다보니 시설가동이 어렵다. 물량이 없는 한 잘 나가는 지역을 벤치마킹한다고, 노하우가 쌓인다고, 시설라인이 가동될 일도 아닌듯 하다. APC가 이래저래 보은농협의 몽니로 자리하지 않을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김인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