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에 색동옷 입고 어머니 뵙고 싶네 : 送李生員愚覲母羽溪 / 취촌 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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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에 색동옷 입고 어머니 뵙고 싶네 : 送李生員愚覲母羽溪 / 취촌 이집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7.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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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2】
우리 민족의 자랑거리는 효심에 있다. 효심 속에서 인간성이 길러졌고 가족의식, 우리의식, 국가의식이 싹텄다. 그런데 현대에 오면서 효심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한다. 이 시를 읽고 있노라면 춘추전국시대에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세에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색동옷 입고 춤췄다는 고사가 생각난다. 고향으로 가는 아우를 보며 어릴 때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시인의 심정을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送李生員愚覲母羽溪(송이생원우근모우계) / 취촌 이집
여러 해 떠돌이 생활 이렇게도 서글픈데
설상가상 잇따라 부모상을 당했구나
부럽네, 색동옷 입고 고당 뵙던 그 시절이.
流離數歲足憂傷 況復連年見二喪
유이수세족우상 황부연년견이상
堪?君今兄弟具 春風綵服覲高堂
감이군금형제구 춘풍채복근고당

춘풍에 색동옷 입고 어머니 뵙고 싶네(送李生員愚覲母羽溪)로 쓴 편지글 말미 칠언절구다. 작자 취촌(醉村) 이집(李集:1314~1387)은 고려수절신(高麗守節臣)의 한 사람이다. 문과에 급제한 뒤, 고려 말 정몽주·이색 등 당대의 거유들과 교유했다. 시문에 뛰어났고 시문 흐름이 직설적이고 자연스러운 시풍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여러 해 떠돌이 생활만도 이렇게 서글픈데, 설상가상 잇따라 부모상을 당했구려. 부러워 마지않는 건 그대와 형제들 모두가, 춘풍에 색동옷 입고 어머니 뵙는 거라네]라는 시상이다.
이 시제는 [어머님 뵈러가는 아우 ‘우’를 보내면서]로 번역된다. 현대에 들어서서 고향을 잃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서울만 봐도 그렇다. 서울이 태생인 사람이 얼마나 되며, 태어난 곳에서 자라 지금껏 살고 있는 서울 사람은 또 얼마일까. 그러고 보면 모두가 타향이고 떠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교통이 발달한 요즈음과는 달리 한양 천리라고 했듯이 남의 끝자락에서 북의 변경 양강(압록, 두만)에까지 서울을 오가려면 몇 달이 걸렸다. 이런 시절은 부모님 초상을 당해도 선뜻 고향을 찾을 수 없다. 위 시에서 보인 시간적인 배경은 이런 시절이었다.
화자도 가고 싶은 고향을 아우가 찾아 간다고 하니 남다른 감회를 담아 고당(高堂)을 뵙고 싶어 한다. 채색 옷 입었을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되살려서 부모님께 효도하던 그 때의 일을 기억하게 된다. 추석과 설을 앞두고 일 년이면 두 번씩의 명절에 고향을 찾아가는 우리네 미풍(美風)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시문이다.
【한자와 어구】
流離: 떠돌이 생할. 數歲足: 족히 여러 해. 憂傷: 서글프다. 況: 설상가상. 하물며. 復連年: 연이어서. 見二喪: 두 분상을 당하다. // 堪이: 부러워마지 않는 건. 君: 그대. 今: 지금. 兄弟具: 형제들 모두. 春風: 봄바람. 綵服: 색동옷 입다. 覲:뵙다. 高堂: 어머님(남의 부모를 높여 부르나 여기선 자기 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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