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 고진감래(苦盡甘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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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 - 고진감래(苦盡甘來)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5.06.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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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마치고 여기저기 미뤄버린 밭일을 하러 나가는 경운기 소리에 깨어나는 새벽이다. 아침 햇살이 우주의 정기를 베란다 가득 쏟아놓고는 태양의 고도를 점점 높여가고,보리밭 누름과 황토 진흙 마르는 내음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요즘이다.
초록의 물결이 청마처럼 달려오던 그 싱그러움은 어디로 가고, 진록을 뭉개고 앉아 씨름하는 가뭄이란 놈이 기승을 부리던 6월이 지나간다.모는 모끼리, 보리는 보리끼리, 꽃잎은 꽃잎끼리 서로 몸을 비벼대며 잘 견뎌보자고, 서로의 등을 어루만지며 동고동락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새벽이슬에 얼굴 씻은 듯이 청초했던 하얀 찔레꽃도 일찍 시들어 버리고,탱탱히 물오르며 윤기 돌던 감나무 잎들도 축축 쳐지며 생기를 잃어간다.막힘없이 들판을 소통하던 바람도 날개를 접었는지 고요하고,신록의 숲마다 퐁퐁퐁 쏟아내던 연둣빛 비타민도 소진되었는지 꽃잎마저 잠잠하다. 가슴속에 충혼의 열기로 뜸을 뜨던 넝쿨장미도 제 발아래 몸을 부셔댄다.
요즘같이 농업용수가 용이한 시절에도 아전인수의 실랑이를 벌려야 하는 상황도 펼쳐지면서.. 논에도 숲에도 사람들 가슴에도 갈증이 덮쳐오는 요즘이다.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어찌 농심뿐이랴? 달포가 지나도록 메르스란 놈과의 사투로 기진맥진해진 초여름이 하지를 통과한다.해마다 이때쯤이면 연례행사로 찾아오는 가뭄과 그 후의 장마! 원래 보리, 밀, 벼를 타작 수확하는 기간은 비가 많이 오면 풍작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가 많이 오면 싹이 나서 못 먹게 된다며 걱정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책보자기 허리에 메고 찔레꽃 몇 송이 들고서 헉헉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논에 물을 대느라 여기저기 분주했던 들판의 풍경이 어필되곤 하였다. 지금은 먹을거리가 천지라서 오히려 정신차려 선별해야 하는 우스운 해프닝이 일어나지만, 식품에 대한 불신으로 안 먹는 게 약이라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힘겹고 허기졌던 그 시절 아이들은 찬물에 말은 보리밥 한 덩이에도 눈물을 삼키며 감사하였다.새까만 파리 떼가 설쳐대던 옥수수 감자떡 몇 개 굴러다니던 소반이 반가운 시절이었다. 그리고 끈기와 협동으로 잘 극복했던 그 어려웠던 시절을 어른들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반가운 비 소식을 들려주던 일기예보도 허사였던 몇 주가 앙금을 그어대며 지나간다. 그러나 이제 곧 우레소리 들리고 빗소리 반가워 산천초목이 춤을 추며,갈급한 심령 위에도 단비를 부어주실 날이 도래할 것이다.왜냐하면 어려움과 고난과 연단을 잘 참고 통과하면 반듯이 소망의 빛을 채워 주시는 것이 신의 섭리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인내심과 절제력이 참 부족하기만 하다.컴 앞에 앉아서 온 세상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에 아이들의 다리는 연약해지고,마음밭은 자꾸만 조급해지고 유약해져 간다.얼른 부족함과 갈증을 채워 달라고 성급히 아우성을 치기 일쑤다.힘들고 어려운 일은 시작도 하지 않으려고 막무가내 떼도 쓴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참고 기다리는 성품을 길러줘야 할 때이다.  연약해진 두 다리와 마음밭을 단단히 담금질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진정 필요한 지금이다.인성교육의 한 페이지에 절제와 용기와 인내심에 대한 지도요소가 강조되어야 한다. 온실과 야생의 화초를 비교해 주며.... 어려움을 딛고 잘 견뎌내면 소망과 기쁨이 꼭 찾아올 거라고...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이치를 가르쳐야 할 때이다.쉽게만 얻으려고 거꾸로 사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 많은 비리와 범죄도 훨씬 줄어들 것이며, 어려움을 잘 참고 기다려준 아이들의 웃는 소리에 행복한 세상이 도래할 것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종(種)의 연구자 ‘찰스 다윈’이 ‘살아남는 종(種)은 특별히 강하거나 지능이 뛰어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어떠한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지혜롭게 극복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길 간절히 바란다.
독자들께서 혹여 이 글을 읽으실 즈음에는 가물어 메마른 땅도 완전 해갈이 되고,먼 중동에서 왔다는 호흡기 바이러스도 완전 박멸되어, 우리들의 마음밭에 소망의 들바람이 밀려오는 7월이 되기를 기원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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