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도 아껴 쓰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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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도 아껴 쓰는 마음
  • 이영란 수정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5.06.18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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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서의 아침 햇살은 정말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자연의 선물이며 아름다움이다. 속리산과의 만남은 가을이라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계절에 만났지만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보내버렸다. 자리의 이동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알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낯선 환경과 낯가림으로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맞은 겨울은 보내기가 아까울 정도의 설경이었다. 어느 화가가 그리 자세히 그림을 그리며 표현 할 수 있을까? 더러움을 깨끗함으로 변화시키고, 고목의 나무는 멋진 조각품으로 만들고, 조그만 도랑물은 거울과 같은 살얼음판으로 만드는 그 자연의 힘이 얼마나 신비롭고 위대한가!
식물은 물을 먹고 산다.
집 둘레의 작은 텃밭에 봄, 여름, 가을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여러 가지 채소를 심어 놓았다. 작은 모종을 심을 때는 언제 자라 우리의 식탁과 이웃에게 나누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날이 커 가는 식물을 보고 자연의 솔직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텃밭에 심어 놓은 채소들의 자람을 이야기 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텃밭에 가보면 오이의 넝쿨손이 지지대를 휘감고 올라가고 있는 모습, 오이꽃이 떨어지게 무섭게 며칠 만에 손의 길이만큼 자라 있는 열매를 따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드릴 때의 흐믓한 마음이란 표현 할 수 없는 행복이다. 오늘 아침에는 방울토마토의 노오란 꽃이 진 자리에 좁쌀만한 크기의 열매를 보았을 때 자연의 신비함과 생존 경쟁을 느끼게 된다. 가뭄을 이기도록 열심히 물을 주면서 유치원과 1학년 꼬마들에게 나누어 줄 꿈에 부풀어 있다. 지난 5월에 서울에 계시는 작은 오빠가 시골 장을 구경하고 싶다 하여 나간 김에 작고 동그란 잎이 앙증맞은 땅콩 묘를 사와 두 고랑을 심었다. 너무 가물어서 그런지 영 크지를 않아 마음이 조급해 진다. 이 땅콩은 가을에 풍요로움을 선물해 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 옆 넓적한 고랑에는 상추, 아욱, 겨자채, 부추, 가지 등을 심어 식탁의 풍성함을 도와주곤 한다. 텃밭의 가장자리에는 옥수수와 호박을 심었다. 옥수수는 위로 쭉쭉 키가 자라 곧 수염이 날 것 같은 기세이며, 호박은 넝쿨을 뻗기 좋도록 나무 가지를 받쳐 주었다. 금요일 오후에 물을 흠뻑 주고 월요일 아침에 돌아 와 보면 모든 식물들이 물이 먹고 싶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은 마치 아이들이 시험을 잘 못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찡해 진다.
흐르는 물도 아껴 써야 한다.
우리 인간은 우주 만물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적게 소유하고 서로 공유하여야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다며 ‘흐르는 물도 아껴야 한다.’는 고승이 생각난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물이 우리 생명에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가뭄 속에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중부지방의 가뭄은 농사와 식수를 한꺼번에 걱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연현상에서 내리는 비를 당연하다 생각하고 농사짓고 식수하고 흐르는 계곡물에서 고마움 보다는 나의 시원함과 풍족함을 채우는 것만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하고 환경이 오염되어 우리들이 맘대로 마실 수 있는 물이 부족하여 물을 사 먹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20년 전 생수를 사 먹는다고 생각도 하지 않은 시절에 항공회사를 다니던 오빠가 제주에서 나오는 생수 물병 박스를 가지고 왔을 때 얼마나 웃고 황당했던지......
자연에 감사한 마음으로 물을 아껴 쓰는 것은 곧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마음의 행복은 자연이 주는 풍요에 비례하여 커지는 것 같다. 아무리 화가 나고 고민이 되는 일도 먼 산의 푸르름, 모내기가 끝난 들판의 모습,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로운 맘에 우리 인간들은 하루하루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연에게 감사한 마음은 곧 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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