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그리운 5월에
상태바
아버님이 그리운 5월에
  • 이영란 수정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5.05.21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리산 가로수의 벚꽃이 봄을 알리더니 뒤를 이어 흐드러지게 핀 이팝나무의 하얀 꽃과 노오란 애기똥풀 꽃이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립니다. 2015년 5월의 푸르름은 어느 해보다 싱싱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을 무언가 채워야 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는 것은 아버님을 어머님 곁으로 보내드렸다는 이별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륜지 대사라는 커다란 일을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치루고 나니 새삼 부모님의 생각이 더욱 새롭습니다. 아버님의 뒤를 이어 같은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조심스럽고 힘이 드는지 이제야 아는 철없는 딸입니다.
수정봉의 소나무가 아버님의 마음같이 청청하고 합리적이었을까? 수정봉의 사자바위가 아버님의 마음같이 굳건하고 믿음직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버님의 삶의 자취를 회상합니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로써 삶을 살아가신 아버님의 자손이 47명이나 되니 시골의 한 학교 규모입니다. 이 많은 자손들 한명 한명을 걱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그 마음은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지혜의 바다입니다.
아! 지난번 친구가 보낸 준 카톡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습니다.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하는 일이고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 주는 일이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 줄 때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이 글을 읽고 아버님께서는 우리 7남매들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행복을 안겨 주신 우산이셨음을 알았습니다. 어려움과 기쁨을 잘 조화시켜 살아가는 지혜를 주시고 다른 사람을 안아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도록 우산을 펼쳐 주셨습니다. 이렇게 잘 키워주셨는데도 기쁜 일이 있을 적마다 아버님은 ‘해 준 일이 별로 없는데 너희들이 착실해서 오히려 힘이 된다’고 하시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뜨거운 여름 텃밭과 보뜰 논에서 일하시고, 콩밭 멘 다음 사 주신 다 녹아 줄줄 흐르는 아이스께끼는 시원함이 아니라 아버님의 사랑이었습니다. 특히 여름 밤 마당에서 멍석과 삼태기를 엮으시면서 하늘의 별을 보고 들려주신 생활 경험담은 우리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솔암 아버님!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는 아버님! 보고 또 보고 싶습니다. 인자함과 자상함이 샘물과 샛별 같으며, 누구에게나 배려를 하시는 것은 아무도 따라 갈 수 없는 아버님의 인격이십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라 합니다. 즉 산다는 것은 만남을 뜻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과의 만남, 스승님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책과의 만남, 부부와의 만남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행복의 바탕이 되는 것은 자식과 부모의 만남이라 합니다. 아버님과 저희 7남매들은 머나먼 인생 여행과 행복의 동반자로 만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솔암 아버님!
엄마가 돌아가신 3년 후, 어느 일간지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글을 읽고 ‘부부는 살아있을 때는 티격태격하지만 한 쪽이 먼저 가면 마음속 깊이 그리워하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깨달음과 아버지의 마음을 못 읽어 드린 자식이 되어 이내 마음이 아팠답니다. 좋은 사람을 마음에 담으면 모든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자비의 마음이 생긴다는 말씀 잘 기억하고 아버님을 마음에 담고 살겠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지만 두 언니가 불러준 아버지께서 작사 작곡하신 멋진 노래를 듣고 고향을 생각하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의 고향을 넓혀봅니다.
‘새파란 논밭 길을 걸어갑니다. 시원한 실바람이 불어옵니다. 보리이삭 자라는 논 넘실거리고, 흐르는 시냇물은 노래합니다.’ 아버님의 넓디넓었던 그림자가 그리운 오월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