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군수 ‘입장료 문제’ 호소-현조스님,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로 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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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군수 ‘입장료 문제’ 호소-현조스님,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로 갈음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5.05.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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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유등문화축제 -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 모토로 소원 기원
▲ 법주사 주지 현조스님(좌측 두 번째)과 정상혁 군수가 나란히 합장을 하고 육법봉양을 지켜보고 있다.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이란 모토로 열린 보은유등문화축제는 사찰음식과 다문화가정이 준비한 다국적 음식 시식을 시작으로 퍼포먼스 등 식전공연과 안녕을 기원하는 법요식 및 유등띄우기, 액막이 달집태우기 등 여러 행사로 참여한 많은 군민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군민과 지역에 부처님의 자비를”
정상혁 군수가 법주사 입장료와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함의가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정 군수는 지난 15일 법주사가 주최하고 보은 불교사암연합회가 주관한 제7회 보은 유등문화축제에서 축사를 통해 “군수로서 호소 드린다”며 법주사의 문화재 관람료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충청북도와 법주사는 속리산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놓고 관계가 소원하다. 충북도는 등산객에게 일괄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가 속리산 관광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거나 법주사 방문객에게만 제한적으로 징수하는 방침을 세우고 법주사를 설득하고 있지만 법주사 측은 사찰 운영난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보은군은 올해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개정에 따라 보은읍 보청천 하상주차장 일원에서 열린 보은 유등문화축제에 대한 예산지원을 중단했다.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목적으로 하는 단체에는 민간이전 경비의 예산편성 배제 원칙을 준용, 예산지원을 중단했다.
정 군수는 이날 원고 없이 법주사 역사에 대해 상세히 나열하면서 “불교의 고장에 살고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입장료 문제에 대해 말했다.
정 군수는 “많은 스님들이 군민의 평안과 보은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를 해주는 정성을 보은군민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넓은 땅과 산천을 갖고 있는 법주사가 보은 발전과 국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케이블카 설치와 입장료 문제에 대해 슬기롭게 잘해주시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주사와 사암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마음속에 부처님의 가르침 ‘자비’를 한번쯤은 생각해 달라”고 강조하고 “보은군민들의 성불을 기원한다”며 축사를 마쳤다. 축사 후 큰 박수가 나왔다.
정 군수는 이날 복천암과의 인연, 그리고 재임기간 법주사와 사암에 지원한 예산 총 160억 원 중 보은군도 50억 원을 지원했다는 설명과 함께 말티재 정상에 관문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법주사와 속리산이 불교의 원천지란 이름을 남기기 위해 속리산에서 보은을 향하는 쪽에는 ‘자비성’, 속리산에서 보은으로 넘어오는 방면은 지명을 딴 ‘보은성’으로 현판을 걸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요식 직후 법주사 사암 중의 한 주지스님은 “무료로 입장을 하게 되면 자연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입장료 폐지에 고개를 저었다.

“희극배우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후회 없는 삶”
정 군수 축사 후 등단한 법주사 주지 현조스님은 “군수님 말씀을 들으면서 가슴이 털컥털컥 내려앉았다. 몇 년도에 국사가 무엇을 했고 몇 년도에 창건했고 이러다 스님들 밥줄 다 끊어지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다. 보은이라는 지명을 풀면서 인사말씀을 하려고 했는데 이것 또한 군수님이 앞에서 정리를 해주셨다”며 정 군수의 호소에 잠시 무거워진 좌중을 웃게 했다.
현조스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가장 소박한 것에도 만족 할 줄 알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후회 없는 인생으로 가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늘 해본다”며 말문을 이었다.
현조스님은 “모든 축제의 기본은 흥겨움이다. 이 흥겨움은 우리 스님들이나 진행자들이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 분위기를 말 그대로 업 시켜주는 데가 공연팀이다. 저희 살림살이가 어렵다보니 개런티를 많이 못 드린다. 그래서 기름값만 간신히 드리는데 소리그룹 ‘미음’ 팀의 경우 저희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미음만 간신히 끓여먹는다고 할 정도니... 저희가 다음 행사는 좀 더 준비해 더 해드리도록 하겠다. 공연팀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현조스님은 이어서 “누가 밥 한 그릇 사주고 누가 차 한 잔 사주면 그 분들에게 고마워한다. 그러나 내 부모님 특히 어머님들은 나를 위해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해주고 모든 것을 다 서포트 해주셨다. 우리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못 느끼고 살아간다. 그것이 고마움을 못 느껴서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이것을 우리는 앞뒤가 바뀐 것이라 그러고 반야심경에서는 ‘전도몽상’이라고 그런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유등이다. 등에다 불을 밝히고 띄어 보내면서 어두워 앞이 안 보이는 부분들, 이것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 ‘지혜광명’, 이것이 은혜를 아는 또 하나의 삶이다”라고 말했다.
후회 없는 삶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현조스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고 하는 땅 덩어리 자체가 무대이다. 이 지구라고 하는 무대에서 굉장히 짧은 인생을 살아간다. 많은 철학자와 종교가들이 늘 고민하는 것이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숨 끊어져갈 때 임종 앞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인가, 이것에 대해 늘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 부처님 가르침도 마찬가지고 성경의 가르침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지구라고 하는 무대에 우리는 잠깐 연극배우로 왔다. 저는 출가자의 배역을 맡았고 가정을 가지신 분은 아버지, 남편, 어머니, 아내라는 배역을 맡았다. 그랬을 때 이 배역 중에서 우리는 악역을 맡을 것인가, 또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희극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아주 간단하다. 짧은 인생 지구라는 무대 속에서 우리는 희극 배우로 와서 살다가 가면 더 이상 후회 없는 인생살이가 된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사시더라도 남한테 즐거움을 주는, 기쁨을 주는, 평화를 주는, 행복을 주는 이런 삶으로 살다 가면 희극배우로서 역할이 아닐까 그렇게 봐진다. 사람이 살면서 기쁨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슬픔도, 고뇌, 번민, 좌절 등 많지만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해결하고 남 앞에 나타났을 때는 희극배우로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후회 없는 삶, 보은유등문화축제의 근본이 아닌 가 그렇게 봐진다”고 말했다.
현조스님은 끝으로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늘 소박한 것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는 그 마음, 그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며 시인 박목월의 시 ‘윤사월’을 읊는 것으로 법어를 마쳤다.
송화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이고 / 엿듣고 있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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