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도 아닌데 수억원 지출” vs “스포츠 메카로 자리매김해준 일등공신”
“한번 삭감한 예산 명분 없이 다시 써먹지 마라”…“예산중단하면 문제발생”
내년에도 보은군에서 여자축구 실업리그(WK리그)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까. 최근 WK리그를 둘러싸고 의회와 집행부 간 신경전이 오갔다. 연고지 팀도 없는 보은군이 대회를 계속 유치하는 것은 앞뒤 맞지 않고 비효율적이라는 군의원의 성토에 집행부가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번 삭감한 예산 명분 없이 다시 써먹지 마라”…“예산중단하면 문제발생”
국토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잘 정비된 시설물을 갖고 있는 보은군은 스포츠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5년째 보은공설운동장에서 WK리그를 개최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매주 월요일을 여자축구 보는 날로 정해놓고 공직사회가 앞장 서 관람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새로 구성된 보은군의회는 2015년 본예산 심사에서 WK리그 하프타임 공연비 2100만원, WK리그 행사지원비 2000만원, 읍면지원금 3500만원 등 집행부가 요구한 관련 지원예산 1억2600만원(대회 유치비용은 별도 임) 중 절반이 넘는 7600만원을 삭감했다.
A의원은 “보은군의회는 본예산 심사 때 WK리그 개최비용 1억8000만원도 삭감하려고 했었다. 예산심의 의원 7명 중 4명이 삭감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의원은 3명이었기 때문에 예산삭감이 유력했지만 대회가 무산되면 보은군 공신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집행부의 간절한 호소에 WK리그 개최비용만큼은 삭감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A의원은 그러면서 “보은군은 올해 한국여자축구리그를 개최하면서 업무협약서도 체결하지 않았다. 여기에 보고서 작성을 용역기관에 의뢰했지만 보고서조차도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이다”며 “그동안 집행부의 입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군의회는 경기만큼은 진행할 수 있게 최소한의 예산을 승인해 준 것이고 군정질문에서도 말을 아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히 WK리그는 보은군이 전지훈련장소 및 스포츠메카란 명성과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쏟는 종목인데다 비중과 규모 또한 어느 행사보다 큰 대회라는 점에서 추경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부터 WK리그 경기는 홈앤드 어웨이 제도가 도입돼 연고지 운영을 원칙으로 하지만 연고지가 없는 부산상무팀이 보은군을 홈으로 열고 있다. 오는 10월 5일까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보은군에서 치러지는 20경기 중 15경기가 부산상무팀의 경기다. 이로 인해 보은군에서의 게임 수는 지난해 28경기에서 올해는 8경기가 줄었다.
보은군은 WK리그 유치에 대해 “명실상부한 전국제일의 스포츠메카로 보은군을 자리매김해준 일등 공신이다”며 “경제효과 면에서도 4년간 12억5000만원을 기여했다. 유치비용 8억2000만원을 제외하더라도 4억3000만원의 순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홍보 등 간접적인 효과를 포함하면 그 효과는 더 크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A의원은 “WK리그는 개최비용으로만 1억8000만원을 주는 보조금사업이다. 보은군이 연고지 팀도 없이 대회를 계속 유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홍보효과나 경제효과가 명확한 것도 없다. 오히려 다른 대회를 유치하지 못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A의원에 따르면 WK리그는 관중수도 주는 추세다. 첫해 5만6000명이던 관중이 2012년 4만3000명, 2013년 4만 명, 지난해는 3만으로 줄었다. 개최비용 외에도 대회운영비와 경품비, 전기세 등의 비용을 감안하면 매년 3억 원 가량의 돈이 지출된다.
A의원은 군정질문에서 “WK리그에 군민들이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4년간 개최되어온 대회의 지속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의회가 타당한 이유가 있어 삭감한 지원예산은 집행부가 다시 예산에 반영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A의원의 이 발언은 이후 “보은군에 도움이 되지 않는 WK리그에 대한 예산은 추경에 올리지도 말라”는 뜻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집행부가 아예 예산을 세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며 과도한 시선을 받았다. 아울러 경기중단 우려와 함께 “자치단체 공신력 추락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A의원이 수세에 몰렸다.
A의원은 그러나 “의회 속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그 같은 말을 한 적 없고 다만 의회가 삭감한 지원예산(하프타임공연비, 읍면지원금 등)을 명분도 없이 그대로 써먹지 마라는 요지의 발언”이라며 불끈했다.
A의원은 “보은군이 무리한 사업추행과 외형확대만 치중을 하고 유사중복 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해 군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보은군 발전에 발목을 잡는 일이 앞으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1차 추경예산 제출을 앞두고 지난해 보은군의회가 삭감한 WK리그 지원예산을 보은군이 재편성하고 의회에 다시 심사를 요구할지 주목된다. 이럴 경우 의회가 예산삭감 기조를 고수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자칫 민감한 예산의 경우 삭감에 앞장서는 의원은 자신에게 역반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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